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가축전염병 예방 '고민 깊어지는 방역당국'…조직, 인력 확충 '어쩌나'

경제정책

    가축전염병 예방 '고민 깊어지는 방역당국'…조직, 인력 확충 '어쩌나'

    농식품부는 전염병 예방 위해 농장 관리 강화한다는데 농관원, 지자체는 "난색"

    최악의 가축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지난 2014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면서 닭과 오리, 돼지, 소를 키우는 축산농민뿐 아니라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매번 철새와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축산농가에 원인을 돌리면서 결국은 국민의 혈세인 예산으로 임시방편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축사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현장 업무를 맡아야 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인력과 조직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농장관리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한 차단 방역 모습. (사진=충남도 제공)

     

    ◇ 농식품부, 농장 관리 강화 '축산법 개정'…정기점검 확대

    농림축산식품부는 AI와 구제역 등 동물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축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AI, 구제역 발생지역에 대해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육제한 명령을 내리는 방안과 살처분 작업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 등이 새로 마련됐다.

    특히,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축사시설에 대해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점검을 1년에 1회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전담해 온 정기점검 업무를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관원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축사시설에 대한 정기점검을 통해, 사육환경과 방역. 소독실태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자체장들이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지역 축산농민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지방 공무원들도 관리감독을 게을리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마다 9월쯤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AI와 구제역 예방 활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면 지자체 공무원들은 조직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며 “축사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기점검을 통해 관리 기준을 위반한 축사시설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난 2015년의 경우 전국 적발 실적이 125건에 1250만원에 불과했다. 축사시설 1개당 과태료가 평균 10만원으로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분에 머물렀다.

    구제역 백신 접종 (사진 = 충북도 제공)

     

    ◇ 암초 만난 축산법 개정안…농관원, 지자체 “단속 인력 없어 힘들다”

    그런데 농식품부의 축산법 개정안은 정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농관원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축사시설에 대한 정기점검 업무를 맡기 위해선 조직과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전제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현재 정규직 직원 1400명 가운데 50%가 여직원이고, 85%는 농업직”이라며 “축산직 직원이 없고 수의사는 더더욱 없기 때문에 인력구조상 축사시설을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축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역할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간을 갖고 역량을 갖춘 후에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동조합 농관원지부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며 인력 충원 없이는 어렵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내심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방의 한 공무원은 “시군에 축산담당 직원이 많아야 2~3명밖에 안돼서 지금도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정기점검도 어려운 상황에서 1년에 한 번 이상 하라고 하면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 조직을 가지고 있는 기관에서 축산 관련 현장감독 업무를 맡는 게 가장 이상적인 만큼 부족한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거나 지역의 가축위생연구소 등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축산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직접 전국의 축사시설을 감독하겠다는 농식품부의 계획은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 떠올랐다.

    ◇ 친환경 축산 등록 농장의 10%는 중도 포기…사육환경 개선 요원

    이처럼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선 공직사회이 역할도 중요하지만 축산농가들의 사육환경 개선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농관원은 축산과 관련해 유일하게 ‘친환경안전축산물직접지불제’ 업무를 맡고 있다.

    햅썹(HACCP)인증과 친환경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장에 대해 5년 동안 최대 1억 5000만 원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1800여개 농장이 직불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면서 해마다 신규 등록농장 가운데 10% 정도가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축산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로, 거꾸로 전염병 예방을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농관원은 친환경안전축산물직불금을 받는 농가에 대해 1년에 2번 이행점검을 벌이면서 한 번은 직접하고 나머지 한 번은 민간 친환경인증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 역시 조직과 인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축산농가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축사시설의 사육환경이 깨끗하고 좋아야 하지만, 이번 AI나 구제역 발생 농장을 보면 상당수가 불량했다”며 “이들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