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는 저자 김종인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자 쓴 것이다. 이 책은 경제민주화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거나 재벌을 해체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오히려 시장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재벌의 장기적인 안정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1부 '2017년, 한국의 선택'에서는 '시장경제가 모든 경제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한다'는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실패와 '압축성장의 산물인 재벌'이 정부에 의해 통제될 수 없을 정도로 거대 세력화한 것을 지적하면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저자는 "경제민주화는 개별 재벌 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양극화 등으로 경제, 사회적 긴장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질서가 위협받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라며 "경제민주화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생 원리"라고 말하고 있다.
제2부 '경제민주화를 통한 포용적 성장의 길'에서는 '격차 해소, 재벌 개혁, 노동시장 변혁'과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 재정 건전화, 금융 혁신'을 주장한다. 현재에도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사회 불안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마지막 제3부 '더불어 사는 경제로 가는 길'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 관한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분배구조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부동산투기'를 꼽으며 과세를 통한 부동산정책의 비효용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비, 소상공인을 위한 자영업 대책으로 수요독점과 수요과점의 활용,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개략적인 상황을 우리 경제와 연관시켜 살펴보고 있다.
◇ 책 속으로사람들은 흔히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을 별개로 생각하는데 제1항과 제2항이 함께 가지 않으면 시장경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되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2항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여기서 경제민주화는 어느 특정 경제세력이 나라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으로 정의된다. 재벌 등 특정 경제세력이 나라나 국민은 어찌 되든 간에 자기 욕심만 채우면 되겠는가? 특정 경제세력이 나라를 지배하려고 하면 그 나라는 오래 가지 못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보아도 그렇다. -83쪽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쪽에선 흔히 '재벌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재벌을 해체하려고 든다\'고들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민주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말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인을 옥죄자는 뜻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안정적인 성장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파생된 한국 경제의 나쁜 구조들을 해소해 새로운 경제발전 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지, 특정 기업에게 해를 끼치는 성격은 아니다. -91쪽
대기업집단에 대한 순환출자 및 출자총액 제한 제도는 과거에도 시행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 효과도 없는 제도를 다시 시행하는 것보다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대정신과 시장 변화에 맞춰 스스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을 바꾸도록(민주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159쪽
재벌의 탐욕을 억제하는 데 과거 정부에서 시도했던 출자총액제한이나 순환출자 금지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재벌 그룹 계열의 상장회사 이사회가 민주적이고 투명한 감시 체제를 갖추도록 이사회 운영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른바 황제경영에 의한 폐단을 없애기 위한 체제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차기 정부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시행해야 한다. -167~168쪽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 노동법을 개정해야 비정규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다. 현행 노동법은 기업들이 임의로 정리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고쳐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어느 정도 제고할 수 있다. 만일 자식세대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양보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 이를 노동시장에 실행·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전반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노조를 재편해 기업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기업별 노조를 없애는 한편 기업 내부에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의 지부도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조 활동은 원칙적으로 기업 밖에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180~181쪽
교육과 보육 문제는 복지가 아니다. 교육과 보육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교육과 복지는 경우에 따라 빚을 내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선 이들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혼란스럽다. 복지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시키니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과 함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특히 0세부터 5세까지 영유아 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는 생색내기에 급급하다. 이를 '복지'라는 범주에 넣지 않아야 한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 아니라 경제정책의 첫 번째 과제다. 그리고 여기 들어가는 재원은 다른 방도로 마련할 생각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연금과 기금이 있다. 연기금을 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는 것보다 연금을 계속 불입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게 맞는 방향이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돈을 빌려서라도 보육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1995년 무렵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인식조차 하고 있지 않으니 안타깝다. -192~193쪽
부동산 정책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정책은 일체 쓰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상승하면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애초에 정부가 실책을 저지르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이 터무니없이 상승하지 않는다. 과거 정책 사례를 보면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정책을 써 투기에 불을 붙여 부동산 가격이 뛰면 이제는 진정시킨다고 아우성을 친다. 처음부터 부동산 정책이란 것을 쓰지 않으면 괜찮다. 대신 금리 조정 등 거시정책을 경기순환에 맞춰 적절하게 운용하면 된다. -249쪽
북한 주민의 행복과 문명생활의 길은 북한 경제의 발전에 있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국내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북한으로선 현실적으로 외국 자본과 기술을 들여오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채 중국에 밀리면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제협력 모델을 더 만드는 등 비정치적인 분야-경제협력과 문화 교류 등-의 남북한 접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원활히 함으로써 북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은 물론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우선은 단절된 남북관계를 이명박 정권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278~288쪽{RELNEWS:right}
김종인 지음 | 박영사 | 280쪽 |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