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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도움안 돼…" 대학 총학은 '부재중'



교육

    "취업에 도움안 돼…" 대학 총학은 '부재중'

    • 2017-04-09 08:00

    연대·숙대·외대·서강대 등 서울 주요대학 총학 구성조차 못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서울 주요대학들이 투표율이 낮거나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총학)를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연세대는 지난달 말 총학 보궐선거를 치렀지만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1월에도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숙명여대도 지난해 총학 선거 출마자가 없어 지난달 보궐선거를 열었다. 단일후보가 출마했지만 이번엔 추천인 서명 수(선거권자의 30분의 1 이상)를 충족하지 못해 학생들이 투표조차 못했다.

    여전히 입후보자가 없어 속앓이를 하는 학교도 많았다. 한국외대와 서울여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보궐선거에서도 입후보자를 내지 못했다. 서강대도 지난달 다시 선거를 치르려고 했지만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됐다.

    이들 대학은 다음 총학선거가 있을 올 11월까지 총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운명을 맡겨야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비대위원장은 총학 집행부와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등으로 구성된 대학 운영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 눈앞에 닥친 '취업전쟁'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비대위에 몸담았던 학생들과 학교 측은 하나같이 눈앞에 닥친 '취업문제'를 지적했다.

    외대 비대위 관계자는 "총학경험을 수치화할 수 없고, 기업에서도 이 경험을 절대 우대하지 않아 스펙이 될 수 없다"면서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총학생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숙대 비대위 관계자는 "취업과 자기계발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총학에서 얻는 이익이 적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면서 "높은 경쟁률로 탈락자까지 속출하는 취업 동아리 사정과 상반 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총학을 준비·운영하는 기간 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취업문제에 직면한 학생들로선 부담이라 참여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총학 선거권을 가진 일반 학생들도 학교시험과 스펙 쌓기 때문에 투표를 등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데엔 총학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었다.

    연대 사회대 황 모(24) 학생은 "한국사회·학생사회 전체에 만연한 정치혐오 때문에 의도적으로 (총학을) 피하게 된다. 단일 후보가 출마하는 상황에서 총학의 대표성도 떨어진다"고 전했다.

    같은 대학 경제학과 이 모(26) 학생은 "총학이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걸 본 적이 없다. 작년 시국선언 때 총학이 학생입장이 아닌 총학입장만 대변한 것을 보고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 '민주주의 학교' 총학이 사라진다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실제 이번에 과반수 미달로 총학 선거에서 낙마한 연대 선거운동본부(선본) 측은 교내 대자보를 통해 현 총학 비대위에 불신을 나타냈다. 교내 투표구가 10개만 운영돼(지난해 28개) 표 확보가 어려웠고, 비대위 측에서도 투표 연장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엔, 고려대 총학이 한때 직무 정지되기도 했다. 고대 시국선언문에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내용이 들어가고 옛 통진당 세력의 이름이 포함되는 등, 선언문에 정치적인 맥락이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달엔 서울대 신임 총학생회장이 새내기배움터(새터)에서 여학생에게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사퇴했다.

    이처럼 총학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결국 학생들의 대의기구가 제 역할을 못할 우려가 있다. 학교 관련 사안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해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과 관련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목소리를 낼지 의문이다.

    학내에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대의 경우 '정유라의 입시비리 의혹'이 터졌을 당시 '전체학생총회로 모이자' 등의 협의과정을 통해 학생 수천 명이 최경희(구속) 전 총장을 몰아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이대 총학 선거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투표율인 59.63%를 기록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학생들이 총학이라는 '민주주의 학교'에서 의견을 모으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위한 정책도 내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면서 "총학의 역할이 희미해지면 이런 시도들도 사라져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문제가 아닌 일에 대해선 침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학생들 모두 취업을 위해 스펙 쌓느라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총학도 침체했다"면서 "우선 학내 민주기구인 총학이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대의기구로 정착해야 총학에 변화의 물결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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