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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 기자의 대선후보 전담 취재기자 관찰기

대선을 32일 앞두고 대선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고 있다. 후보를 담당하는 이른바 ‘마크맨’의 손에서 탄생한 뉴스다. 마크맨이란 농구에서 공격팀 선수들을 일대일로 방어하는 수비팀 선수를 뜻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주로 대선주자들을 전담하는 기자들을 의미한다.

오전 7시 13분 국회 본청 앞으로 버스 두 대가 들어섰다. 마크맨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에서 마련한 차량이다. 마크맨들은 취재 버스를 타고 후보와 동행한다. “오늘 처음 오시는 분들 제게 문자 주세요. 단체카톡방(단톡방) 초대해 드리겠습니다.” 민주당 공보실 부국장이 버스에 탑승한 기자들에게 말했다. 21세기 마크맨들에게 ‘단톡방’은 펜과 종이만큼 중요하다. 단톡방으로 후보 일정을 공지 받고 취재 자료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후보 얘기 잘 듣기 위해 자리 경쟁…단톡방으로는 자료 공유

버스로 2시간 30분을 넘게 달려 충남도청에 도착했다. 문 후보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는 자리다. 회견실이 있는 5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마크맨들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앞자리에 자리잡기 위해서도 취재기자들은 앞에서부터 자리를 채우고 촬영기자들은 뒤에서부터 자리를 채웠다. 방송 촬영기자들이 뒤쪽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면 사진기자들이 그 앞에 궁둥이를 대고 앉았다.

 

마크맨 단톡방에 사진이 올라왔다. 문 후보가 1층서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모습이었다. 마크맨들은 손가락을 풀었다. 후보의 말을 모두 받아 적기 위한 준비 운동이었다.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문 후보가 입장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진을 찍는 촬영기자들의 셔터 소리와 발소리에 묻혀 문 후보와 안 지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독순술(讀脣術)을 깨치지 못한 마크맨들은 좌절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그들은 한 곳을 바라봤다. 앞자리서 빛의 속도로 타이핑 중인 마크맨. 회견 후 하나 둘 다가와 말을 걸었다. “믿을게...” 곧 단톡방에 회담 속기록이 올라왔다. 마크맨들은 취재자료를 공유했다. 물론 공개된 일정에 한해서다. 서로의 속기록을 비교하며 놓친 단어를 보완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다.

◇버스 이동중에도 기사 작성…노트북 없을 땐 휴대전화로 즉석 녹음도

버스 분위기가 아침과 사뭇 달라졌다. 이른 아침 출근해 곯아떨어져 있던 마크맨들이 깨어났다. 노트북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회견이 끝나고 한 시간 만에 온라인 기사가 출고됐다.

버스에 탑승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음 목적지인 보훈공원 충혼탑에 도착했다. 기사 정리를 끝내지 못한 마크맨들도 내릴 채비를 했다. 이번 일정 후엔 문 후보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가 위치를 알려주자 마크맨들은 자연스럽게 길바닥에 엉덩이를 내려놨다. 방송사 마크맨은 녹음을 위해 맨 앞에 자리 잡았다. 후보를 향해 손을 쭉 뻗어 녹음기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후보의 말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뻗은 팔이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맨들은 점심시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후보와 한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된 것이다. 문 후보는 지역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있었다. 마크맨들은 주문한 메뉴가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고 후보 옆에 빠짝 다가갔다. 마크맨들은 아예 식탁에 노트북을 꺼내놓았다. 노트북을 챙기지 못한 마크맨은 급한 대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마크맨들이 휩쓸고 간 식탁엔 음식이 그대로 남았다. “너무 많이 남아서 치워도 될지 모르겠네”라는 식당 종업원의 말이 치열했던 현장을 알려줬다.

 

대선후보와 마크맨의 행렬은 아이돌 팬클럽을 방불케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만찬을 위해 시내로 나선 문 후보 뒤로 40여명의 마크맨이 뒤따랐다. 갑작스런 인파에 어리둥절한 시민들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14시간만에 국회 돌아왔지만 기사 마무리 위해 기자실로

두 사람이 비공개 만찬에 들어가며 모든 공개 일정은 종료됐지만 마크맨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만찬 중 오간 얘기를 알기 위해 식당 앞에서 기다릴 것인가, 이대로 떠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 이때, 한 마크맨이 대타협을 제시했다. 캠프 차원에서 간략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마크맨들은 마음을 놓은 채 여의도 국회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섯 개의 현장을 방문하고 나니 해가 저물었다. 충남 홍성군부터 충북 청원군, 경기 평택시, 성남시까지 지역도 다양했다. 마크맨들이 14시간 만에 도착한 국회는 환한 불빛에 쌓여 있었다. 국회를 둘러싸고 있는 윤중로 벚꽃축제로 약간은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마크맨들이 향한 곳은 국회 기자실. 버스안에서 틈틈히 정리하고 메모한 내용을 기사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맨의 하루는 하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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