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 중인 배우 고 김영애. (사진=방송 캡처)
성큼 다가선 죽음조차도 그의 연기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김영애(66)가 췌장암 투병 중에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에 임한 자세한 사연이 전해졌다.
김영애는 지난해 8월 시작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양복점 안주인 최곡지 역을 맡아 헌신적인 어머니이자 아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러나 54부작이 된 드라마에서 4회만을 남겨 놓고 하차해 '건강이상설'이 떠돌았다. 드라마 속에서 유독 말라 보였던 그의 외형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후 보도를
통해 '건강 상의 이유'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연합뉴스는 9일 고(故) 김영애와의 마지막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그가 드라마 시작 두달 뒤 병원에 입원했고, 목요일마다 외출증을 끊어 서울 여의도 KBS 녹화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더 이상 촬영이 무리라며 고인을 말렸지만 작품에 폐를 끼치기 싫었던 고인은 50회까지 촬영을 이어나갔다. 여기에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됐다. 그가 연기를 위해 녹화날만큼은 진통제를 맞지 않았기 때문. 절실하게 연기하고자 했던 고인의 투혼이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고인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아니었다면 진작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낀 고(故) 김영애는 마지막 4회 출연을 고사한 후, 신변 정리에 들어갔다. 스스로 영정사진과 수의로 입을 한복을 골랐고, 장례절차 등도 정했다고 한다.
그는 연합뉴스를 통해 "내가 직접 다 정리하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 이제 다 정리를 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당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제작진은 마지막회에 고(故) 김영애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자 했다. 그러나 고인은 도리어 미안함을 전하며 제작진의 제안을 고사했다고.
배우 고(故) 김영애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연기에 삶의 마지막까지 바친, 배우로서는 기적같은 인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