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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축구의 사상 첫 '평양 남북전', 김정은 왜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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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 축구의 사상 첫 '평양 남북전', 김정은 왜 없었나

    "텔레비전 중계가 이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2차전을 극적인 1-1 무승부로 마쳤다.

    경기 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인터뷰에서 "북한을 이길 수 있다면 2010년 U-20 월드컵 3위와 잉글랜드 정규리그 우승 및 '올해의 선수' 등 지금까지 얻은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던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의 각오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단장 자격으로 평양에 온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 한국 축구계 관계자들은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에 큰 감동을 받은 모습이다. 김 부회장은 "이날 경기가 중계됐다면 많은 국민들이 여자축구의 가치를 알고 사랑해줬을 것이다"며 "실력과 기술도 훌륭했지만 정신력이 대단했다. 가슴 찡한 경기였다"고 전했다.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여자축구대표팀의 맞대결에서는 5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경기 막판 장슬기의 동점골에 1-1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평양(북한)=사진공동취재단

     

    ◇ 여자대표팀의 투혼, 남자 선수들 배워라

    90분 혈투가 끝난 뒤 윤덕여 감독의 얼굴에는 무승부의 기쁨보다 90분간 5만 관중의 엄청난 열기 앞에서 온몸의 기가 다 빠진 듯한 표정이 묻어나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교체 투입된 뒤 왼팔이 빠졌던 정설빈은 공동취재구역에서도 팔을 움켜쥐고 버스에 올랐다. 주장 조소현은 동료 선수를 업고 나왔다. 상대의 가격에 콧등을 다친 김정미(이상 인천 현대제철)는 부상 부위에 멍이 든 상태에서 인터뷰에 나섰다.

    '윤덕여호'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경기 전 무채색 옷을 입은 북한 관중이 황금색 나팔을 손에 쥐고 박수를 치자, 교체 명단에 올라 먼저 벤치에 앉은 선수들은 같이 박수치고 미소를 지었다. 전반 5분에는 북한 선수가 페널티킥을 저지한 김정미를 가격하자 수비수 임선주(인천 현대제철)가 달려들어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신경전을 펼쳤다.

    김 부회장은 "여자축구에서 저렇게 몸싸움하고 신경전 벌인 적이 있었나"라고 반문하며 "초반엔 엄청난 응원소리에 선수들이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잘 싸웠다. 다들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뛰었다. 정설빈의 부상도 선수들을 깨운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이어 "여자 선수들의 투혼을 남자 선수들도 배웠으면 좋겠다. 5월 U-20 월드컵에서, 6월 카타르전에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본선 직행권인 A조 2위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은 물론,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도 문제라는 것이 축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다른 협회 관계자도 "이 경기를 남자대표팀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

    북한의 엄청난 응원 열기는 어느새 우리 축구에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동원 여부를 떠나 홈구장을 상대방에 '지옥'처럼 만든 김일성경기장의 함성과 응원 물결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다. 결과에 따른 책임론을 따지기 전에 2002년처럼 대표팀 경기의 소중함을 팬들이 되살려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윤덕여 감독와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2차전에서 그라운드 위의 상대 선수 11명은 물론, 경기장을 찾은 5만의 북한 관중과도 싸워야 했다. 평양(북한)=사진공동취재단

     

    ◇ "티켓이 왜 한장?"…"그러니 이렇게 만나는 것 아닙니까"

    무승부였지만 웃은 쪽은 당연히 한국이었다. 한국이 북한보다 한 경기를 더 남겨놓아 최종 전적이 서로 3승1무로 같을 경우, 골득실 및 다득점에서 한국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기장과 호텔에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 관계자를 향해 "기쁘시겠습니다"라며 축하도 건넸다.

    김호곤 부회장은 한은경 북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일화도 소개했다. 여성인 한 부회장은 북한축구의 행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오는 5월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도 출마했는데 하나뿐인 AFC 내 여성 위원 자리에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은 "한 부회장에게 '경기 실력을 놓고 보면 남과 북이 모두 본선에 갈 자격이 된다. 왜 하나만 올라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며 "한 부회장이 '그래도 이렇게 같이 경기하니까 선생님도 평양에 한 번 오시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하더라"며 웃었다.

    한 부회장은 북한-홍콩전, 한국-인도전이 연이어 열린 지난 5일 중계권 및 출입카드 문제 등으로 국내 방송사의 그라운드 내 진입을 단호하게 가로막는 경기장 관리인 및 관련 인사들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 들여보내라"고 직접 지시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도 했다.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여자 축구대표팀의 맞대결에서는 마치 야구의 벤치클리어링을 연상하게 하는 치열한 신경전까지 펼쳐졌다. 평양(북한)=사진공동취재단

     

    ◇ 김정은 왜 안 왔을까

    이번 남·북 대결의 또 다른 관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등장 여부였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동아시안컵 우승, 2016 U-17 월드컵 및 U-20 월드컵 동반 제패 등 북한 여자축구 영광의 순간마다 등장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만큼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여자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남·북 대결에도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특히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앞선 경기에 나타났기 때문에 '결승전' 같은 남·북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타나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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