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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배우 이준호, '서율'을 만난 후 용기와 자신감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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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차 배우 이준호, '서율'을 만난 후 용기와 자신감을 얻다

    [노컷 인터뷰] '김과장' 서율 역 이준호 ①

    배우 이준호 (사진=황진환 기자)

     

    드라마에 나오는 '선'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캐릭터는 대개 강직하고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최근 종영한 KBS2 '김과장'에는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선인과 악인이 없었다. 대부분 자신의 이재에 밝고, 적당히 접을 줄 알았으며, 치졸한 수작을 부리거나 거기에 넘어갔다. 타이틀롤인 '김성룡'마저도 회계 장부의 빈틈을 노려 돈을 '해먹는 데' 능한 사람이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큰 회사로 와서 좀 더 크게 한탕을 하려 했으나 대기업 회장이 벌이는 온갖 비리에 각성해 모르는 새 의인이 되는 김성룡. 엘리트 검사 출신에,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악'의 편에 설 줄 아는 서율은 그와 맞붙는 '악역'이었다. 하지만 서율은 주인공 못지않게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무엇보다 '공감'을 이끌어냈다. 연기를 시작한 지 5년차인 이준호에게 찾아 온 '서율'은 그렇게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준호를 만났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쌓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포상휴가도 가지 못한 그는, 이제야 조금 서율에서 "벗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 운명처럼 만난 서율

    '김과장' 초반 시놉시스에는 서율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은 하율이었고 나이도 서른여덟이었다. 이준호는 '처음 시놉시스'를 보지 못한 채, '서율'이 등장하는 현재의 대본을 보고 극에 합류했다. 이준호가 캐스팅된 이후 서율은 그의 이미지에 더 맞게 각색된 면도 있다. 그는 "전 시나리오를 못 봤기 때문에 저는 이게 더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했고, 바뀐 캐릭터(서율)가 훨씬 더 어울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지검 회계범죄 수사부 검사에서 TQ그룹 재무이사로 온 서율은 '괴팍한 냉혈한에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안하무인 싸가지'로 소개돼 있을 만큼, 그동안 이준호가 맡은 역할과는 결이 달랐다.

    '안하무인 싸가지' 캐릭터를 위해 이준호는 표정, 말투를 공격적으로 보이게 하고자 노력했다. 시선처리 하나에도 신경 썼다. 경멸하는 눈빛, 누군가를 깔아뭉갤 듯 내리까는 시선, 인상을 찌푸리는 것까지 그는 '디테일'로 서율을 표현해 냈다.

    "마인드를 좀 그렇게 했다. '넌 나보다 안 돼'라고. 박영규 선배님을 만났든, 고 본부장, 조 상무를 만났든 '결국 나한테 안 돼'라는 식이었다. 아직도 사람들이 인터뷰 사진을 보면 '서율이다'라고 하더라. '김과장' 찍으면서 2PM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 다들 '서율 이사가 와 가지고 공연하다 가는 것 같다'고들 해서 가장 놀랐다. 인상이라는 게 쉽게 벗겨지는 게 아닌 것 같다. 3개월을 그렇게 살았으니까… 이제 좀 다시 착해져야겠다."

    ◇ '먹소' 애칭 얻게 된 먹방 연기의 비밀

    이준호가 맡은 '서율' 역은 굉장한 식탐을 지닌 캐릭터였다. 먹방을 잘한다는 이유로 서율에게는 '먹소'(먹방 소시오패스)라는 애칭도 붙었다. (사진='김과장' 캡처)

     

    서율은 '김과장' 내에서 가장 '잘 먹는' 캐릭터였다. 시청자들을 군침돌게 할 만큼 흠 잡을 데 없는 먹방 연기에, '먹소'(먹보 소시오패스)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준호는 "(서율이) 먹는 이유는 단순히 배고픔을 충족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며 "주변사람이 없는 외로움을 채우는 것일 수도 있고, 권력에 대한 탐욕스러움과 야망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 중 하나가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 앞에서도 저는 혼자 잘 먹었다. 내 밥그릇 내가 잘 챙기는 이런 식으로. (그동안) 그런 설정의 캐릭터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먹소'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위트 있게 표현돼서 좋았다. 먹는 것으로 회자되고 그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 '김과장' 속 서율의 애드립, 어디어디에 있나

    '김과장'은 '배우 이준호'에게 여러 모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것, 브로맨스와 로맨스를 모두 맛본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애드립'이다. 대본에 충실한 연기를 펼쳐왔던 그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애드립'에 눈을 떴다.

    이준호는 "이번에 하면서 도전을 좀 하게 됐다. 작가님도 짜여진 맥락 안에서만 있는다면 대사가 살짝 바뀌어도 허용해주시는 분이었다. 상대방이 애드립을 했는데 제가 정석대로 연기하면 애드립을 못 살려주는 거니까, 그걸 살려주려면 저도 쳐야 되고… 그건 정말 순발력과 내공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데 김원해 선배님, 남궁민 선배님, 경리부에서 애드립치는 걸 보면…"이라며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저도 경리부에 녹아있는 인물이라면 같이 놀 텐데, 누군가에겐 겁을 줘야 했고 (캐릭터로서) 긴장감을 가져가야 해서 애드립을 남발할 순 없겠더라. 김성룡과 만나면서 변화해 나갈 때 애드립을 많이 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준호의 애드립은 드라마 곳곳에 녹아있다. 가장 많이 회자된 장면은 역시 '대상' 언급이었다. 서로의 목숨을 한 차례씩 구해주면서 의리를 확인한 김성룡과 서율은 "나 연기 잘하는데? 연기대상 받을 건데?, "연초라서 힘든데?"라는 대사를 나눈다.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건드린 재치있는 애드립이었다.

    "그전에는 살짝 좀 오글거리고 쑥스러운 대사였다. 서로 막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던 사이에서 서로 목숨을 구해준 후 술잔을 기울이는 상황이었다. 거의 동료가 된 것이지 않나. 그때 대사는 투닥투닥거리는 느낌이 좋을 것 같았다. 원래 대사는 이랬다. 김성룡은 '엄청 센 놈이 나를 때리긴 하는데 죽이진 않더라. 같은 편이 되면 나도 세질 것 같아서 살려줬다'고 했고, 저는 '나도 그랬어. 아무리 때려도 쓰러지지 않는 놈' 이런 대사였다. "너도 고맙지? 내가 살려줬잖아?"라는 대사 뒤부터는 다 애드립이었다. 새벽부터 준비해서 아침에 찍는 첫 씬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서 민이 형(남궁민)이랑 '이건 못 나가겠다' 했는데 감독님이 그대로 가자고 하시더라. '이게 돼요?'라고 했는데 괜찮다더라."

    김성룡이 서율의 볼에 뽀뽀하면서 도망가는 씬 역시 애드립이었다. 이준호는 서율의 캐릭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립에 동참했다. 김성룡의 윙크에 같이 윙크를 하는 것까진 됐으나, 짓궂은 뽀뽀 세례에 '맞뽀뽀'를 할 순 없었다. 대신 '서율답게' 크게 짜증을 냈다. 들고 있던 홍삼액을 집어던지면서. 보조배우들에게까지 튈 정도의 '열연'이었다.

    ◇ '상상의 여지만 남긴' 로맨스 vs '본격' 브로맨스

    서율은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을 낮잡아보는 '안하무인' 캐릭터였지만, 경리부 윤하경(남상미)에게만큼은 딴판이었다.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말도 똑바르게 하지 못할 정도로 수줍어했다. 이같은 '빈틈'은 서율에게 인간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다 할 스킨십도 달콤한 대사도 없었지만, 마지막회에서 서율은 눈도 피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음식도 먼저 양보하는 '진전'을 보이면서 윤하경과의 관계 변화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준호는 "하경누나가 먹소 사무실에 오는 게 있는데 전화통화하면서 눈을 안 떼고 '왔어요?' 하고 대사를 해야 했다. 미치겠는 거다, 너무 오글거려서. 3개월 동안 (러브라인이) 없다가 마지막에 한 번 하려니까"라며 "안 해 본 장르가 로맨스니까 물론 배우로서 욕심은 난다. 하지만 (로맨스는) 진짜 큰맘 먹지 않으면 가짜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열심히 해야죠, 잘"이라고 말했다.

    이준호는 '김과장'의 김성룡 역을 맡은 남궁민과의 코믹 브로맨스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김과장' 캡처)

     

    반면 이준호는 본격적인 '브로맨스' 연기를 경험했다. '김과장'의 진짜 러브라인은 김성룡-서율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남궁민과의 코믹한 브로맨스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브로맨스가 너무 오버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니까 형과 고민을 많이 했다. 김성룡 방에 가서 같이 자는 씬이 있었는데, 주어진 대본 안에서 상황만 인지하고 많은 것을 애드립으로 했다. 문고리 뽑은 것도 애드립이었다. 브로맨스도 어느 정도 선을 잘 지켜야 흐뭇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수위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 '김과장'을 만난 후, 얻은 것은 '용기'

    이준호는 '김과장'에서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위치가 달라지면서 그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더 많이 발견했고, 극의 중심에 선 배우들이 얼마나 큰 '책임감'을 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남궁민 형께서 주연으로 3개월 동안 극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주연배우의 프로페셔널함을 실감했다. '기억'의 이성민 선배님과는 달랐다. 정극과 코믹 사이를 연기하면서 후배들한테도 물어본다든지 되게 열려 있는 마인드를 보여주셨다. 그래서 저도 더 다가가서 연기 조언을 구했다. 3개월 동안 몸 하나 안 아프고 자기관리 열심히 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려는 모습이 너무 본받을 만한 점이었다. 진짜 거의 대본이 생방 수준으로 나와서 너무 힘들었는데 그와중에 주연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

    또한 이준호는 '서율'을 잘 연기해냄으로써,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연기(악역)에 대한 자신감보다도 이번 '서율'을 잘 끝마쳤다는 생각에 다음 작품을 하면 더 열심히 할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스물' 때는 확실히 신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옆에 계신 선배님들을 보면서 뭔가 (극을) 이끌어가야 할 때 가져야 할 배우의 '책임감'을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성공으로 시즌2 이야기도 솔솔 나오지만 이준호는 페이를 안 받는 대신 '특별출연'으로만 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타이틀이 '김과장'인 만큼 김성룡은 계속 나올 수 있지만, 서율은 이미 너무 '착해졌으니' 카메오나 목소리 출연 정도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노컷 인터뷰 ② "뭐든 완벽하게 하려는 건 2PM을 욕먹이기 싫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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