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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공정' 쏟아지는 재벌공약…실천 로드맵 없다

경제정책

    '적폐청산·공정' 쏟아지는 재벌공약…실천 로드맵 없다

    "적폐청산이 진정한 시장경제", "공정한 대한민국 경제개혁부터"

    왼쪽부터 대선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사진=자료사진)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대선후보들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공약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경제 관련 공약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공약은 재벌개혁분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사실로 드러나고 급기야 우리나라 최대 재벌그룹의 총수가 뇌물공여혐의 등으로 구속되고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공약을 내놓지 않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면 각 당 후보들은 한결같이 재벌개혁을 강화하자는 입장에서 한 목소리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 (사진=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문재인 '4대재벌 개혁에 초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재벌적폐 청산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재벌의 개혁"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30대 재벌의 자산 대비 비중을 보면 범4대 재벌의 비중이 3분의 2로 재벌도 양극화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재벌개혁에 대한 공약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내걸었다.

    먼저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금지하고 투명한 경제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노동자 추천 이사제와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 다중대표소송과 다중 장부열람권 제도화,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에 대한 엄정처벌과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공약했다.

    또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상향조정 등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전면적 조사, 금산분리를 통한 재벌과 금융 분리를 내걸었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 강화와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 제정, 재벌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제도의 폐지나 축소를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안철수 "공정한 대한민국, 경제개혁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정한 대한민국, 경제개혁으로부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시장감시 권한 강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을 내걸었다.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재벌 범죄 엄중처벌과 사면 제한, 비리 기업인 이사자격 제한,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금융감독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재벌의 소유와 지배력간의 괴리해소를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요건 강화,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 일가의 지배권 강화 방지를, 그리고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견제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관련법령 정비, CEO 승계 시스템 마련을 공약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유승민 "총수일가·경영진 사면복권 금지"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재벌 대기업이 지배하고 힘을 남용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꿔 "경제정의가 살아있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정거래 관련 법률 전반에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받기 위한 개인회사 설립 금지,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와 그룹 내 타계열사간 내부거래 금지, 재벌 총수 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사면·복권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다중대표 소송제,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 노동자 추천 이사 도입을 내걸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심상정, 출총제 재도입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또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요건 강화,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기업 분할과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 연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법제화, 공정거래법상 위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도입,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공약했다.

    각 후보들의 공약에서 다른 후보와의 두드러진 차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기 학계나 시장에서 재벌개혁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주장돼온 부분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이는 재벌개혁이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고 이미 지난번 대선에서도 이슈가 되면서 충분히 검토되고 정리된 사안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대선후보들이 내논 재벌정책에서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다. 전체 흐름은 3, 4년 전 대선 공약에서 나왔던 것에서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것을 빼놓은 나머지를 재벌정책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약과 관련해 항상 지적돼온 대로 철학 없이 백화점식으로 열거하는데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열거를 했지만 전체를 일관되게 이어주는 경제적 논리나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또 어떻게 재벌개혁에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측면을 읽을 수 없다. 의결권 강화를 할 건지 입법으로 할 건지, 뭣을 타겟으로 할 건지 등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인식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주장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대 기업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재빠른 의사결정이다. 도요타가 이사 수를 29명에서 9명으로 줄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소액주주대표나 근로자 대표를 이사로 세우자고 한다. 이들이 이사가 되면 갑론 을박하면서 시간 다 간다. 이런 규제로는 소액주주 보호도 안되고 결국은 경제 발목을 잡게 된다"고 말했다.

    공약이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재벌기업이 룰에 순응하면서 정상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고 공약으로 반영된 것 같다. 그럼에도 과거 정부가 공약은 그럴싸하게 내걸었지만 제대로 이행된 공약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공약의 이행과 실천이 중요하다"며 "집권 이후에도 계속 감시하고 공약 실천여부에 대해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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