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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의 위기'는 어디에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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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문재인의 위기'는 어디에서 왔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으로 상징돼온 '문재인 대세론'이 쑥 들어갔다. 5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모두 확정된 지 1주일도 안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제는 5자 구도에서조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앞선다는 여론조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진행될 당시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문재인 후보 측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문 후보는 왜 안철수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있는 것일까.

    문 후보는 우선 지나치게 장기간 대세론에 안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전부터 문 후보 캠프 주위에선 "문재인 참 운좋다"는 말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문 후보 이외 이렇다할 주자들이 눈에 띄지 않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세론이 만연하는 사이 집권하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통합적인 미래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캠프를 대규모로 꾸리는데에는 신경을 썼지만 어젠다를 선점해 탄핵 이후 촛불 민심의 빈 공간을 채우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상대 진영들로부터 공격의 상징단어가 된 '패권주의'가 민주당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내부에서 확인됐다는 점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질렸다"는 표현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친문 패권주의'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다분히 정략적인 용어다. 일례로 김종인 전 대표가 영입됐을 당시 김 전 대표는 "패권주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보지는 못했다"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랬던 김 전 대표도 패권주의라 비난하며 당을 떠났고, 한솥밥을 먹은 동지 안희정 지사에 의해 결정타를 맞았다.

    세 번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부족한 건 '통합과 연대'의 메시지다. 새 대통령의 중점과제에 대해 국민통합이 적폐청산에 우선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연합뉴스 KBS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결과 9일자 보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문 후보는 여전히 대선의 캐치프레이즈로 '적폐 청산'을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는 "바뀐 건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 뿐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시작도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 입장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의 실체가 뭔지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도 적폐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네 번째는 같은 맥락일 수 있지만 안철수 후보를 "집권 연장하려는 부패기득권 세력"으로 일방 규정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안 후보가 보수중도층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이들을 부패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의 후보단일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 후보 측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을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대해 맞대응의 논리가 궁하다.

    다섯 번째는 그러다보니 문 후보의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3일 후보수락연설과 이후 행보에서 드러난다. 문 후보는 수락연설 때 "이제 보수 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했지만, 바로 "적폐세력이냐 미래개혁세력이냐의 선택"이라며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모순을 보였다. 후보 확정 후 첫 행보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하는 통합의 행보였지만 이후에는 적폐청산만을 강조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국민의당과의 네거티브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측은 문 후보 아들 취업과 관련해 새로 제기된 이력서 제출 시점을 두고 말바꾸기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네거티브는 검증과 경계선이 모호한 필요악이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상대 진영이 계속 흔들어대고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뇌리에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기수와 코끼리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이기는 쪽은 언제나 코끼리다. 네거티브 대응에 대한 실패는 문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를 또다시 높이면서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일곱 번째는 민주당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에 필적할 주포가 없다는 점이다. 박지원 대표는 연일 당 회의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후보 공격의 선봉에 서고 있다. 문 후보측과 민주당쪽에서 "문모닝", "박 대표 머릿속에는 문재인 밖에 없느냐"는 비아냥이 나오지만 정작 당에는 소총수들만 있을 뿐 박지원 대표의 화력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후보가 직접 나서 대선 후보도 아닌 박 대표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여덟 번째는 민주당이 후보를 제대로 뒷받침하기는 커녕 분열과 자리싸움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보여준 불협화음이 단적인 예다. 추미애 대표가 문 후보측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대위를 구성했다며 문 후보측이 공개성명까지 내면서 양측은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다. 가까스로 봉합하긴 했지만 '용광로 선대위' 구성은 빛이 바랬다. 문 후보가 "국민 앞에 송구하고 면목없는 일"이라고 사과했을 정도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문재인 후보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정치공학적 연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양강구도를 인정해야 한다"며 "안 후보의 집권은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 기득권 세력의 대표선수"라는 문 후보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대신 어느 후보가 촛불민심을 잘 받들어 나라를 바로 만들 것인가 하는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런 인식은 '문재인 위기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이 중진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 상당히 확산되고 있다. 문 후보와 측근들만 모르거나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대선은 이제 4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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