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헌법상 최고 주권기구이자 우리의 국회와 비슷한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11일 열린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국가 인사나 예산 승인 등 내치 문제를 결정하는 장이지만, 이번에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대외적인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번 회의는 북한에 대한 무력 대응까지 시사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특히 미군의 시리아 폭격이 북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굳어지는 가운데 한반도 인근으로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이 재출격하는 등 전례없이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SNS 등에서는 미국의 독자적 대북 선제공격을 뜻하는 '4월 북폭설' 루머마저 유포되고 있다.
또 4월은 북한의 기념일이 다수 포진해 있어 상징적 측면에서도 도발 개연성이 상존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1비서 추대일이나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인민군 창건 8주년 등 북한의 주요 기념일들이 4월에 몰려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미국을 향해 "강경메시지에 굴하지 않고 맞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강경 입장을 다시 천명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관례적으로 보자면 예산 승인 등 내치 문제만 해야 하는데 지금 북한을 둘러싼 안보 이슈가 워낙 긴박하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앞서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학살한 시리아를 미군이 폭격하자 "핵무력을 강화해 온 우리의 선택이 천만번 옳았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는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과 핵능력 고도화를 재차 강조하는 내용도 담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이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움직임에 강경 맞대응을 재확인하는 것이어서 한반도 내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우리의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를 향한 메시지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기존 북한의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고, '대화와 대결 둘 다 준비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한의 차기 대선에서 야권이 당선될 경우를 의식해 언제든 대화와 교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주도권을 잡으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도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보위성 수장에서 해임된 김원홍에 이어 누구를 임명할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 조남진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조경철 군 보위국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