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영남-호남, 진보-보수 이분법 안통하는 '복합방정식 대선'

국회/정당

    영남-호남, 진보-보수 이분법 안통하는 '복합방정식 대선'

    일시적 현상일까, 정치지형 변화의 신호탄 될까

     

    이번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로 치러진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사에 고착화된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남과 호남 지역주의에 더해 보수와 진보의 양자대결 프레임으로 치러졌던 과거 대선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선을 계기로 한국 정치사의 병폐로 지적된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극복되고 거대 양당 체제가 바뀌어 대변혁을 일으킬지 아니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는 대선 결과와 정계개편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일 전망이다.

    ◇ 영호남 넘나들며 표심 분산, "프레임 안 잡히는 선거"

    15대 대선부터 여러번의 선거 과정을 경험한 정치권의 한 중견 인사는 "프레임이 잘 안잡히는 선거이다. 이런 대선은 나도 처음이다. 결과도 예측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뿌리깊은 영호남 지역주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양당 체제로 치러졌던 선거와는 시작부터 다른 양상이다.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 후보의 몰표가 아니라 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영남에 기반을 둔 보수정당과 호남에 기반을 둔 진보정당의 양자대결 프레임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이 급등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다자구도 내에서도 양자 대결 구도를 형성하면서부터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월 7~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2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가 안 후보에 5.4%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역별 양상이 흥미롭다. 보수와 진보정당 텃밭인 대구·경북(안철수 37.6%, 문재인 34.4%, 홍준표 13.4%)과 광주·전남(안철수 48.9%, 문재인 45.5%, 유승민 1.5%)에서 안 후보가 약간 앞서는 가운데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은 문 후보가 다소 앞섰다. 서울(문 47.2%, 안 34.3%, 홍 7.0%)과 경기(문 44.6%, 안 37.1%, 홍 6.3%), 인천(문47.4%, 안 30.1%, 홍 7.2%), PK(문 40.8%, 안 33.5%, 홍 14.7%)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에 우세를 보였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2.1%포인트, 응답률은 9.9%.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각 지역 표심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양상은 87년 대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문 후보는 호남에서의 기본 표심이 있는 동시에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안 후보와 보수진영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안 후보는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기반으로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최근 선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보수진영 후보들이 영남에서 맥을 못춘데다, 호남에선 비문 정서의 영향으로 표심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은 것이다. 반면 세대별 지지 양상은 조금 더 분명해진 상황이다.

     


    ◇ 탄핵 및 비문정서로 인한 일시적 현상 vs 다당제 재편의 신호탄

    기존 정당 후보들은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집토끼 사수를 위해 안 후보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우선,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적폐세력의 지원을 받는 후보"로 규정한데 이어 "부패기득권세력 청산"이라는 새 프레임으로 진보 진영 내에서 명확한 선긋기에 나섰다.

    보수 진영은 안보관을 고리로 안 후보의 정체성을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얼치기 보수"라며 안 후보를 폄하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안보가 불안하다. 햇볕정책의 계승자"라며 깎아내렸다.

    반면 안 후보는 총선때 구축된 다당제 체제가 자칫하면 대선 이후 양당 체제로 다시 전환될 수 있다며 거대 양당제 폐해 극복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새누리당 40% 지지율은 콘크리트이고, 2,3,4,5번은 다 합쳐야 이긴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총선때 깨달았다"며 "서로 편가르기식의 1번 아니면 2번 어느 한쪽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은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고 기존 양당 체제가 국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집권 이후 정당 비례성을 확립하는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이 지역주의 극복과 거대 양당 체제를 바꾸는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일시적인 충격은 왔지만 실제 정치제도 개편으로 이러질지는 몇번의 선거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현재 유권자의 신념 변화라기 보다는 특정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강해 전략적 선택을 하는 상황이라 일시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전략분석실장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민들이 함께 탄핵하면서 제왕적 대통제와 양당 체제에 대해 위험성을 함께 공감했다"며 "이번 대선이 하나의 기회가 되면 다른 변화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예전으로 극명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