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종_자유의 전사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사진=JCC 제공.
진기종 작가의 작품 '자유의 전사'는 신과 종교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진다. 신과 종교는 과연 인류의 화해와 평화에 기여하는가? 오히려 그것들이 분열과 전쟁을 조장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 묻고 있다. 이 이 작품은 미군 병사와 이슬람 병사가 각자 엄숙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묵주를 쥐고 기도를 하고 있다. 이 병사들은 전쟁에서 승리를, 전투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기를 바랄 것이다. 종교 근본주의는 타 종교를 악마화하며 전쟁을 정당화한다.
진 작가의 또다른 작품 '신을 향한 항해'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카돌릭교, 불교 사제복을 입은 이의 다섯 조각상이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이들은 종교 의상만 걸친 몸뚱이만 당당한 기세로 서 있을 뿐 정작 얼굴이 없다. 얼굴 표정은 평온, 온화, 인내와 같은 성찰과 수도의 결실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아예 그 얼굴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은 허식이나마 보여줄 것도 없다는 것을 은유한다. 인간 정신이 추구하는 최고 가치라 할 만한 신과 종교의 내용이 텅 비어 있으니, 인간이 무엇을 믿고 의지한단 말인가.
진 작가의 작품 '염주와 기도'는 합장한 큰 손에 108개 구슬이 꿰어진 염주를 쥐고 기도하는 자태를 표현하고 있다.
11. 차승언_일요일-2,3_면사, 합성사, 염료_194x97cm_2015. 사진=JCC 제공
차승언 작가는 직조로 이미지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 '일요일'의 두 개 중 하나는 흰구름이 그림자들 드리운 듯한 형상이다. 다른 하나는 윗부분이 세로실만 드러내 마치 주렴을 친 듯한 느낌을 준다. 가로실, 세로실로 가지런하게 얽힌 물결 무늬 위에 드러난 흰구름과 그림자는 인간 내면의 밝음과 어둠의 정수를 드러내 주는 것 같다. 반투명의 주렴 형태의 다른 작품은 주렴을 통해 바람이 드나들 듯 외부와 시원스레 소통되는 느낌을 준다.
임선이 작가의 작품은 남산과 인왕산 등 산의 봉우리와 계곡을 종이 지형도로 수천 장을 쌓아 표현한다. 그 결이 세밀하게 드러남으로써 시간의 퇴적, 세월의 지층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남산 봉우리 형상은 안개를 분사해 사진으로 찍은 작품들은 실제 자연 풍광의 느낌에다 신비로운 운치를 더해준다.
07. 임선이_Trifocal Sight1_라이트젯C프린트_176ⅹ220cm_2008. 사진= JCC 제공.
차승언 작가의 직조 작품과 임선이 작가의 종이 쌓기 작업 모두 정교함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수행을 필요로 한다. 그 많은 수고로움은 작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형태를 찾았을 때 보상을 받는 것인가 싶다.
JCC(재능문화센터) 아트센터는 제1회 JCC 예술상 및 프론티어 미술대상 수상자 전시를 연다. 1회 JCC 예술상에 이승택 작가, 프런티어 미술대상에 진기종 작가, 우수상에 임선이, 차승언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 4인에게 상금 7,000만원이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