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최우선 경제공약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와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경제 양극화 등 모든 문제가 일자리 부족과 관련돼 있고 그 해결책이 바로 일자리 창출에 달려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각 대선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쪽은 '일자리가 경제이고 복지'라는 슬로건을 내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싸진=자료사진)
◇ 문재인, "일자리 131만개 만들겠다"문재인 후보는 현재의 일자리 부족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비상경제조치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만큼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과 재정능력을 총 투입해서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일자리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하며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실을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정부가 당장할 수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늘리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로 81만개를 제시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신성장 산업육성으로 일자리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들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공정임금제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해 질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시키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비정규직 격차 해소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 입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며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정하고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점차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기업이 새 일자리 만들 기반 만들겠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일자리 절벽'과 '격차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임금격차 없고 고용불안 없이 미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문재인 후보의 정부 주도 해결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결국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기본이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좋은 일자리 만들어 내겠다고 하지 않겠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지 않겠나. 청와대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거나 일자리 상황실을 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라고 직접 문 후보 공약을 거론하면서 화살을 날렸다.
안 후보는 정부가 질 낮은 일자리를 개선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 목표별 5대 일자리 대책을 제시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도입과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 설치, 노동시간 단축, 평생교육을 통한 직원훈련 체계 혁신, 고용친화적 산업구조 구축이 그것이다.
또 정책 대상별로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인 고용보장계획을 실시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청년에 대한 임금 보장은 정부 예산지원을 통해 이뤄진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는 2년간 1,200만원을 지원된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진=자료사진)
◇ 유승민, "3년내 최저임금 1만원"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공약은 내놓지 않았지만 '창업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창업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두는 공약을 내놨다.
또 '일하면서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와 '칼퇴근 시대를 열겠다'를 통해서는 비정규직과 최저임금문제, 돌발노동 등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문제를 다뤘다.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고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3년내 1만원 달성을 목표로 인상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 심상정, "사회서비스로 일자리 백만개 창출"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차 산업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로 문제 극복이 가능하다며 보육과 교육, 요양, 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로 일자리 1백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청년 고용할당제로 일자리 24만 5천개를 창출하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들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권순원 숙대경영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없어 상상력의 부재라고 판단한다"며 "공약대로 기대하는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고 혹평했다.
"취업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3백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가 12% 정도에 불과하고 신규 창출은 더욱 미미한 현실에서 중소기업 일자리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가 중요한데, 대부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고 급조된 대책이 대부분이다"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공약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 평가가 나뉜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은 "공공부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것은 맞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이 턱없이 낮은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그쪽으로 일자리를 늘릴 여지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국민 세금이 더 들 수는 있겠지만 일자리도 만들고 그 사람들이 놀고 먹는 것이 아닌 만큼 국민에 대한 서비스도 더 좋아지게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과제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이고 지속가능하지 못한 공약이라는 평가다.
다른 OECD 국가와 단순 비교하면서 공약을 끌어낼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공공부문에서 80만명의 일자리가 나온다면 굉장히 큰 숫자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순증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30만명 정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지, 또 그로 인해 다른 쪽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능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적은 부분도 아쉬운점으로 지적된다.
이어 "일자리 창출보다도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 창출능력을 확장시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지만 이에 대해 대선 후보들의 목소리는 작은 편이다. 규제개혁과 투자활성화, 내수시장 확대, 경제살리기 조치 등이 동반되면서 일자리 창출을 한다고 하면 미진한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승택 부원장은 강조했다.
공약이 단기 대책에 치중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장은 "모든 후보의 공약이 길어야 5년 짜리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50년, 백년을 더가야 하는데 정치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이런 것은 고쳐야 한다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