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북한이 자행한 아웅산 테러사건의 범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미얀마 법원 판사의 딸 피살사건에도 북한이 연루된 의혹을 당시 우리 정부가 포착한 사실이 11일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외교부는 이날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 만에 비밀해제된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1986년 12월 이상옥 당시 주제네바 대사는 주제네바 미얀마 대사와 만난 뒤 작성한 2급 비밀 문서에서 아웅산 테러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의 딸이 일본 유학 도중 변사한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
이 전 대사는 "(변사사건) 현장에서 북한제 담배꽁초가 발견됐으며 자살할 만한 동기도 없어 사인 규명에 노력했으나 진상을 밝히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983년 10월 북한의 아웅산 테러 발생 이후 미얀마법원은 북한 공작원 김진수와 강민철을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한 뒤 같은 해 12월 사형을 선고했다.
또한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불상의 인물로부터 주제네바 미얀마 대표부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온 사건도 있었다. 직원들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있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북한이 아웅산 테러 이후 국제 외교 무대에서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서는 아웅산 테러 이후 북한과 미얀마의 관계개선을 위한 공식 접촉이 없었음에도 각종 국제회의나 몇몇 국가 수도에서 북한 인사들이 미얀마 외교 관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