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외국 각료와의 면담에서 '단임'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했던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외교부는 11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 만에 비밀해제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1986년 5월 8일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다룬 외교문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이 면담에서 단임 약속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없어 실수한 것이 하나 있다"며 "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임 약속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헌법을 준수할 생각만 하고 공언을 안 했더라면 지금쯤 야당은 나에게 헌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나에게 충고해준 말"이라고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슐츠 장관에게 "88년에 그만둔다고 하니 통치권의 누수 현상이 있는지 이것을 이용해 재야세력이 학생과 연합해 당장 직선제 개헌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정국"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슐츠 장관은 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레이건 대통령도 직선제 선거로 당선된 것이 아니며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러한 외교문서로 미뤄볼 때 전 전 대통령은 야권과 시민사회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대통령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단임제에 대해 "단임 실천과 평화적 정부 이양이 확실히 담보됨으로써 임기말 나의 정치적 소임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고 평가한 것과도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회고록에서 "뒤를 돌아보며 전임자를 헐뜯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스스로의 다짐이었지, 과거와 투쟁에 골몰했던 몇몇 내 후임자들의 행태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라고 썼다.
또 "단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는 사실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임기 중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그 땀의 결실이 풍성하니 기뻤다"고 회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