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진=CBS노컷뉴스 특별취재팀)
악취를 뿜어내는 파리, 곰팡이, 유충들의 서식지. 이제는 9명의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주어야 할 세월호의 현재 모습이다.
11일 참사 발생 1091일 만에 모든 인양 과정이 끝났다고 선언한 해양수산부는 이제 작업을 미수습자 수습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분 1초가 아까운 미수습자 가족들은 또 한번의 지난한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
선체가 거치대에 안착했다고 해서 바로 수색 작업에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당장 선내 진입이 불가능한 만큼 외벽 세척, 소독, 방역 작업을 한 뒤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선체 안전도 및 위해도 조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대체 세월호는 어떤 상태에 있길래 이같은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한 것일까.
객실 무너진 세월호 A데크 내부.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일단 세월호는 현재 상당한 악취를 뿜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내에서는 호흡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배 근처에 가면 절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악취가 선체 속 각종 유기물이 썩으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로 출항할 때 배 안에 실렸을 수많은 음식물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승객들을 위한 각종 음식이 실렸을 것이고, 침몰과 동시에 음식들은 바닷속에서 부유하며 썩기 시작했다.
목포해양대 해양 환경 미생물 전공 신용식 교수는 "출발하며 싣고 갔을 음식물들이 안에서 다 썩고, 물 밖으로 나와서는 바닷속에서처럼 물에 의한 소통이 안 되니 악취를 내뿜는 것"이라며 "그래서 방역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츰 부패하기 시작했던 유기물들은 물 밖에서 산소를 만나 썩는 속도를 높였다. 보통 음식물이 부패하면 산소 고갈이 일어나고, 때에 따라선 단백질이 썩을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 등의 유해 가스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세월호 선체 내에 유해 가스는 아직 검출되지 않았다.
코리아샐비지 측은 "조개 등 선내에 붙어있던 미생물도 물 밖으로 나오면서 많이 썩었다"며 "거기에서도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취를 뿜어내는 세월호 선체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은 각종 하루살이와 유충의 서식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속에 있던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지금, 벌레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상황이다. 코리아샐비지 측은 쥐나 벌레, 파리 등이 배 안으로 들어가면서 생긴 균도 소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월호가 거치된 반잠수선 화이트마린호에서 작업자들이 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5년간 선박의 위생방역을 맡은 한 방역 업체 대표는 세월호를 거대한 쓰레기통에 비유했다. 선체가 뭍으로 나온 순간 선체에 끼어있던 펄은 밀가루 반죽처럼 딱딱해지는데, 그때 파리나 하루살이들이 달려들면 알을 낳거나 유충을 낳는 최적의 조건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케이피엠' 이국형 사장은 "선체 안으로 파리나 해안가의 모기도 날아들면서 그들이 서식하기에 딱 좋은 은신처가 된다"고 말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닷속에 혼자 버려져 있던 세월호. 외벽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채 겉과 속 모두 만신창이가 돼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