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오리온의 잃어버린 12점' 삼성은 질 수가 없었다

농구

    '오리온의 잃어버린 12점' 삼성은 질 수가 없었다

    '엇갈린 형제들' 삼성은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골밑을 물론 외곽의 우위까지 앞세워 2연승을 달렸다. 특히 문태영(왼쪽)은 2차전에서 4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3개를 실패한 친형 문태종에 판정승을 거뒀다. 사진은 2차전 경기 모습.(고양=KBL)

     

    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과 9년 만의 정상을 노리는 서울 삼성의 팀 컬러는 분명히 대조를 이룬다. 오리온은 두터운 포워드진을 앞세운 외곽슛이 주무기인 반면 삼성은 강력한 빅맨들을 앞세워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과 2점슛이 장기다.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오리온은 3점슛 성공률 37.4%로 전체 1위였고, 경기당 7.4개로 2위에 올랐다.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골밑을 헤집다 외곽의 김동욱, 문태종, 이승현, 최진수, 허일영 등에게 연결하면 폭죽처럼 외곽포가 터졌다.

    반면 삼성은 2점슛 시도에서 전체 1위(2764회)였다. 3점슛 시도는 843번으로 가장 적었다. 3점슛 성공률(34.9%)이 2점슛(54.2%)과 마찬가지로 전체 2위로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리바운드(평균 39.2개)와 속공 2위(6.3개)에 따른 2점슛이 주무기였다.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PO)에서는 두 팀의 컬러가 뒤바뀐 모양새다. 오리온이 장기인 3점슛 대신 오히려 2점슛으로 맞서는 반면 삼성은 외곽포로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2차전이 그랬다.

    ▲'김동욱 공백' 오리온, 장점이 사라졌다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에서 오리온은 외곽슛이 말을 듣지 않았다. 3점슛 21개 중 6개만 들어가 28.6% 성공률에 그쳤다. 2점슛 시도는 50번으로 삼성(36번)보다 많았다. 삼성의 실책이 18개로 오리온(4개)보다 크게 많기도 했지만 외곽슛 난조인 탓도 컸다.

    이승현만이 3개를 성공시켰을 뿐 나머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슈터 문태종이 3개, 전정규가 2개를 쐈지만 모두 림을 외면했다. 허일영도 4개 중 1개만 들어갔다. 1차전에서도 오리온은 20%대 성공률에 머물렀다. 27개나 쐈지만 6개만 들어갔다. 1, 2차전 패배로 벼랑에 몰린 이유다.

    당초 이상민 삼성 감독은 4강 PO에서 오리온의 외곽포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한번 외곽포를 맞으면 정신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리온은 삼성과 정규리그 6번 맞대결에서 평균 9.7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성공률도 43.9%나 됐다. 정규리그 기록을 휠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뼈아픈 김동욱 공백' 오리온은 팀내 3점슛과 성공률 1위 김동욱의 무릎 부상 공백으로 외곽포 난조를 보이고 있다.(자료사진=KBL)

     

    하지만 4강 PO에서는 외곽포가 잠잠하다. 평균 4개 정도가 부족하다. 공교롭게도 1, 2차전 평균 점수 차인 12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규리그 정도만 3점슛이 들어갔다면 이길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김동욱(194cm)의 공백이 크다. 정규리그에서 김동욱은 경기당 3점슛 1.4개, 성공률 41.2%를 기록했다. 모두 오리온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특히 삼성과 4번 만나 11개로 평균 2.5개 이상의 외곽포를 쐈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뿐 아니라 고비마다 꽂은 김동욱의 3점포도 오리온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2차전 뒤 추일승 감독은 "지역방어에 대한 대처는 1차전보다 잘 됐지만 우리의 장기인 외곽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선수들의 슛 감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동욱의 공백이 아쉬운데 무릎 통증으로 팀 훈련도 아직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잘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 "골밑도, 외곽도 이긴다"

    반면 삼성은 외곽슛에서 오리온을 압도하고 있다. 고질인 실책을 저지르고도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였다.

    2차전에서 삼성은 3점슛 23개 중 11개를 꽂아 성공률이 무려 47.8%나 됐다. 실책에서 상대보다 14개나 많았지만 7점 차로 이길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상민 감독이 "실책이 18개나 됐는데 기록상으로는 이기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고 말한 이유다.

    주장 문태영(194cm)이 고비마다 3점슛을 4개나 꽂은 게 큰 힘이 됐다. 1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문태영은 2차전에서 18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정규리그에서 문태영은 3점슛이 경기당 1개였다. 문태영은 경기 후 "오늘만큼은 내가 (친형인) 문태종 같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삼성 주희정(오른쪽)이 13일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정재홍을 따돌리고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고양=KBL)

     

    이밖에도 슈터 임동섭과 베테랑 주희정, 빅맨인 김준일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3점슛 2개씩을 꽂았다. 이들은 3점슛 10개 중 6개를 성공시켜 이날 자신들의 2점슛 성공률과 같거나 높았다. 삼성은 실책이 많았지만 리바운드(39-28)에 따른 외곽포 우위로 승리를 거뒀다.

    정규리그에서 삼성은 오리온과 맞대결에서 3점슛에서는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경기당 6.3개로 시즌 평균(5.4개)보다 높았지만 성공률은 31.9%로 시즌 평균(34.9%)보다 낮았다. 외곽포로 맞불을 놓다 밀린 형국이었다.

    하지만 4강 PO에서는 3점슛에서 오리온에 우위를 보이며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다. 1, 2차전 평균 8개의 3점슛으로 정규리그보다 2.5개 늘었다. 골밑 싸움에서 확실한 강세를 보이는 삼성이 외곽 대결에서도 앞서니 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감독은 "우리는 인사이드 공격이 강하니까 거기서 파생되는 농구를 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2차전 승인을 짚었다. 골밑에서 빼주는 패스가 잘 됐다는 뜻이다.

    장기인 외곽슛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오리온과 골밑에 이어 3점포 대결에서도 앞서가는 삼성. 과연 두 팀의 뒤바뀐 농구가 3차전 이후에도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