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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에 다시 핀 '꿈'" 4.16 기억저장소 3년의 '기억'

사회 일반

    "기억속에 다시 핀 '꿈'" 4.16 기억저장소 3년의 '기억'

    기억저장소가 '기억'을 남기는 이유…"잊지 않겠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 기억전시관의 모습 (사진= 구민주 기자)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 지지 않는다면… '기억'이 '기록'으로 이어진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과 딸을 잃은 유가족들에게는 작은 유품 하나, 사소한 기억 하나가 소중하다.

    4.16 기억저장소는 세월호가 침몰한 뒤 3년의 시간동안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의 소망을 담아 희망을 위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 사람들 기억속에 '영원히' 되살아난…못 다 이룬 '꿈'

    수학여행을 다녀오겠다던 아들을 한 순간에 잃은 고(故) 이태민 군의 어머니 문연옥씨.

    요리사가 꿈인 아들이 '2학년때 양식과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꼭 따겠다'는 다짐을 적어놓은 작은 쪽지를 발견했을 때를 떠올리면 이내 눈시울이 달아 오른다.

    가슴 아프지만 지켜주고 싶은 아들의 '꿈'. 그리고 어머니의 '기억'.

    다행히 그 쪽지는 어머니의 인터뷰와 함께 4.16기억저장소로 옮겨졌고, 비록 살아선 이루지 못했던 태민군의 꿈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게 됐다.

    문씨는 "아들이 남긴 요리 레시피와 꿈을 적어 놓은 메모를 기록으로 남겼다"며 " 여기서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하늘에서는 꼭 이루길 바란다는 글을 적어놨다"고 말했다.

    아들이 썼던 일기장과 교과서는 물론, 어릴적 기저귀까지 간직하고 있던 고(故)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는 유품 하나하나에 추억들을 담아 기억저장소에 보냈다.

    '샴푸, 린스, 파우치, 카메라, 양말…'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했던 고(故) 김도언 양의 마음이 담긴 메모와, '큰 욕심내며 살지 말기', '부모님께 후회안하도록 효도하고 죽기' 등 고(故) 정예진 양이 남긴 버킷리스트도 함께 담겼다.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자보와 피켓,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편지와 메모 등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기억들이 3년간 모이고 또 모였다.

    희생자들의 유품 등 탑승자 304명의 유류품이 보관되어 있는 모습 (사진= 박종민 기자)

     

    ◇ 기억저장소가 '기억'을 남기는 이유…"잊지 않겠다"

    4.16 기억저장소가 세월호 참사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단 하나,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지성 4.16 기억저장소 소장은 "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숫자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의 꿈과 미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세상의 빛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역사다. 역사는 기록이 만드는 것이고, 이 기록들이 왜곡되면 역사도 바뀌게 된다"고 강조했다.

    2014년 5월부터 진도와 안산에서 '시민네트워크'와 '시민기록위원회'가 활동하며 참사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수집한 것이 4.16 기억저장소의 시작이다.

    지난해부터는 유가족 10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기록에 대한 중요성은 물론, 기억저장소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가고 있다.

    이미경(고 이영만 군 어머니) 운영위원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은 기록이 얼마나 중요하고, 이 기록들이 역사에 어떻게 남을 건지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다"며 "이런 모든 것들이 부모이니까 더욱 간절하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희생된 304명의 개인기록과 가족들의 구술로 이뤄진 삶의 기록, 시민들의 기록 등 기억저장소는 지난 3년간 약 40여만 건의 기록물을 모아왔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 기억전시관의 모습 (사진= 구민주 기자)

     

    ◇ '4.16 정신'을 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그동안 방대한 양의 기록을 모아온 4.16 기억저장소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사람들에게 그동안 모아온 기록들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을 통해 공감을 얻어내는 것.

    기억저장소는 기록들을 주제별, 특징별로 분류하고, 온라인 등으로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록 속에 담긴 4.16 정신을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학 교수는 "세월호야 말로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기억이라 생각하고 기록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4.16 정신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자기 성찰을 하는 것이다. 기록을 통해서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극을 딛고 희망으로 일어서려는 4.16 기억저장소의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소장은 "기록이 안되면 진실을 밝힐 수가 없다. 세월호가 인양은 됐지만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며 "4.16 기억저장소가 이 슬픔을 안고 살아가면서 대한민국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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