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주요 후보들에 대한 상대 진영의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 15일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스탠딩 토론'을 받으라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나온 말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문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거부하는 데 대해 "서서 토론회를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게 거부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시간도 서 있지 못하겠다는 문 후보는 국정운영을 침대에 누워서 할 것인가"라고 공세를 취했다.
'문모닝'으로 유명한 박지원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70살이 넘은 트럼프 대통령도 스탠딩 토론을 했다. 원고나 자료가 필요하다면 문재인 후보에게는 특별히 프롬프터 혹은 큰 테이블을 제공하면 어떨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대선에서는 유난히 유난히 토론회를 둘러싼 공방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때도 원고없는 끝장 토론을 하자는 얘기가 계속됐고, 국민의당에서도 문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요구했다가 한차례 거절당하기도 했다.
상대 진영에서 양자 토론, 끝장 토론, 원고없는 스탠딩 토론을 요구하는 것은 문 후보가 말을 잘 못해서 토론을 할 경우 이길 자신이 있고, 그러면 자신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의 내공을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실있는 토론은 필요하다. 특히나 이번처럼 주요 정당에서 한 명씩 후보를 내는 경우 다섯명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를 모두 열면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란 참 어렵다.
문재인 후보도 4년 전인 2012년 대선에서 맞상대였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요구한 바 있다. 토론을 좀 더 치열하게 하자고 요구하고 압박하는 것은 토론을 잘하는 후보가 경쟁 후보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운동 경기에 규칙이 있듯이 정치권의 경쟁에도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게 정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권이 아무리 싸워도 선거법 만큼은 다수의 힘으로 몰아부치지 않고 합의해서 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스탠딩 토론회 논란은 토론의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안되니까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상대진영을 압박하면서 일어났지만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 룰을 어긴 것도 아니고 룰에 합의하지 못한 것인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상대 후보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몰아부치고 비아냥 대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품격있는 정치와는 어긋나는 일이다.
'2시간도 서 있지 못하겠다는 거냐', '국정운영을 침대에 누워서 할 것인가' 등의 표현은 본질을 한참 벗어난 것으로 불과 1년여 전까지만해도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 사이에서 할 말이 아니다. 민감한 사람들은 '신 노인폄하' 발언 아니냐고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의 싸움은 말싸움이다. 특히 말로 한 방 먹이고 말로 되갚는 것이야말로 요즘 같은 선거 시기에 효과적인 선거운동 방식이다. 하지만 말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가끔 해서는 안되는 말로 상대 후보와 상대 지지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았다. 1997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 걸린 노인으로 폄하한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크 건 작 건 선거때만 되면 선을 넘는 말이 문제였다.
17일부터 공식적인 대선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다. 그만큼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상대 후보의 언행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될수록 해서는 안될 거친 말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 말에 감정이 상하고 눈살을 찌뿌릴 유권자가 있음을 한번 쯤 더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