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장시호 측근 컴퓨터에서 인사개입 의심 흔적 확인…재판서 공개인삼공사 대표 세평 자료도…이 청장 "아는 바 없다"·"부끄러움 없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정부나 민간조직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가 공개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센터)에서 일한 김 모 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최 씨가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다.
한 차례 삭제됐다가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작업으로 복원된 이 사진을 보면 이 청장의 프로필 자료 출력물에 "경찰청장 후보 추천 (OK)"라고 기재한 접착식 메모지가 붙어 있다.
특검팀은 최 씨가 메모를 붙인 이 청장 프로필 자료를 조카 장시호 씨가 최 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촬영했고 이것이 김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평소 센터에서 작성한 문서를 최 씨가 직접 수정해서 돌려주므로 그의 필체를 잘 알고 있고 "경찰청장 후보 추천 (OK)"라는 메모는 최 씨의 필적으로 보인다고 올해 2월 특검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진술했다.
김 씨는 "내용만 보면 최순실이 (경찰청장 후보를) 추천한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박정욱 (현 KGC인삼공사 대표이사) 세평"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재추천"이라는 메모가 붙은 사진 파일 역시 확보했으며 김 씨는 그것이 최 씨의 필체라고 진술했다.
박 대표는 2014년 2월 선임된 김준기 전 KGC인삼공사 대표이사가 2015년 10월 해임된 직후 선임됐다.
특검팀은 우리은행 부행장을 지낸 정 모 씨의 이력서에 "우리은행장 후보추천 중"이라는 최 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붙은 사진도 확보했다.
다만 정 씨는 실제로 우리은행장에 임명되지는 않았고 최근까지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밖에 국민생활체육회와 옛 대한체육회가 합해져 출범한 통합 대한체육회 관련 자료에 "대한체육회 감사 ○○○ 변호사", "현재 민정에서 검증 중"이라는 메모가 붙은 사진 자료도 발견됐다.
김 씨는 "대한체육회 감사 ○○○ 변호사"는 최 씨의 필적이고 "현재 민정에서 검증 중"은 누구의 글씨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복원한 사진 자료와 김 씨의 진술이 함께 담긴 조서를 이달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차 공판기일에서 증거로 공개했다.
최 씨가 이 청장 등의 임명에 실제로 개입했는지나 만약 관여했다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최 씨 측이 민간단체나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한 정보를 미리 확보했던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인사에 관해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 경찰청장은 앞서 최 씨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경찰청장 인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혀 아는 바 없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