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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세요?"…'어떤 애도'는 미수습자 가족을 더 아프게 한다

사건/사고

    "유가족이세요?"…'어떤 애도'는 미수습자 가족을 더 아프게 한다

    다윤 엄마 "관광지 된 느낌…내 딸은 저기 있는데"

    세월호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본격적인 선내 수색을 앞두고 목포신항을 찾는 사람들을 매일 같이 만나고 있다.

    가족들은 대부분 방문객들이 건네는 말로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게 되지만 때때로는 상황을 면밀히 헤아리지 못하는 말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이 철조망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 "분향소는 어디 있나요?"

    최근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를 찾은 한 시민은 별안간 "여기 분향소는 없냐"고 물었다. 미수습자 가족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47) 씨는 "이곳은 분향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다윤 어머니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우리 9명의 가족은 아직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다. 아직 추모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말 몰라서 물어보시는 것 같아서 말씀을 잘 드렸다"고 말했다.

    인증샷을 찍고 있는 방문객들(사진=정석호 수습기자)

     


    ◇ 쉽게 뱉은 말이 가슴에 비수로

    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논란이 됐던 방문객들의 '인증샷' 사진은 세월호가 인양된 목포신항까지 이어졌다. 앞서 육상거치 과정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이 알려져 질타를 받았음에도 일부 방문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2명의 남성은 세월호가 보이는 철조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옆에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는 '만남의 장소'가 있었다. 또 근처에서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방문객 10여 명도 선체를 배경으로 자신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기도 했다.

    방문객들이 자신들끼리 무심코 내뱉은 언행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기도 한다. 지난 14일 한 남성은 철망 앞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며 "세월호를 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남성은 "이거 다 보상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소리치다 주변에 있던 일행으로부터 "그런 소리 하면 큰일 난다"며 제지당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부모 허흥환 씨와 박은미 씨가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 "유가족?…우리는 미수습자 가족"

    한 종교단체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겠다며 목포신항을 찾은 건 지난 14일. 한달음에 달려나갔던 가족들은 이들이 쉽게 던진 한마디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여러 차례 자신들을 '유가족'이라고 지칭하는 방문객들에게 다윤 어머니는 "우리는 유가족이 아니라 미수습자 가족이다. 제발 우리를 유가족으로 만들어 달라"고 직접 설명해야 했다.

    자신들이 '유가족'이란 이름에 뭉뚱그려진다면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다는 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힐까 두려워 다윤 어머니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앞서 세월호 승선자 476명 가운데 참사 직후 구조되지 못한 304명은 당시 모두 '실종자'로 일컬어졌다. 당연히 이들을 애타게 찾던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으로 불렸다.

    이후 295명의 시신이 차례로 수습됐고 그러면서 이들의 가족은 '유가족'이 됐다. 하지만 아직 9명이 남았고 이들은 별도로 '미수습자', 이들의 가족은 '미수습자 가족'이 됐다.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47) 씨는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다. 우리는 세월호를 눈앞에 두고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심장이 녹아내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은화 아버지 조남성(54) 씨 역시 "3년 동안 알려왔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구분을 못 한다"며 탄식했다.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들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다윤 어머니는 "방문객들이 여기까지 와주신 걸 보면 일부러 그러시진 않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날의 아픔을 조금은 잊으신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곳이 조금은 관광지가 된 느낌이 든다"며 "저는 이곳에서 내 딸이 저기 세월호에 있었다는 게 억장이 무너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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