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이 '부실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 상태로 17일 재판에 넘겼다.
'구속수사' 의지를 보이던 것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물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보다 범죄사실을 대폭 축소해 검찰개혁에 대한 거센 여론에 직면할 전망이다.
◇ 직권남용 등 4가지 혐의, 8가지 범죄사실 적용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을 감사해 최순실 씨 사익 추구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조치 시켰고, 2014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CJ E&M에 대한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진 이후에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감찰하지 않고 오히려 법률적 자문을 해준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검찰은 2016년 7월부터 한 달 동안 자신에 대한 감찰을 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적용했다.
지난해 12월 22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세월호 수사팀에 수사외압을 넣은 사실이 없다고 위증을 하고, 앞서 같은해 10월 21일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포함됐다.
◇ '면죄부' 준 검찰 수뇌부 통화‧세월호 수사외압‧개인비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민감한 시기에 전화통화하고, 세월호 수사팀에 수사외압을 행사한 점과 가족회사 '정강' 횡령 등 개인비리 의혹을 모두 범죄사실에서 삭제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우 전 수석을 그대로 재판에 넘겼다.
가장 큰 문제는 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감찰이나 수사가 시작된 시점에 김 총장과 이영렬 지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수시로 전화통화했지만 이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사정라인을 지휘할 수 있는 민정수석의 지위를 악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무마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겉핥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난 12일 수사 대상인 김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에 대한 조사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전화통화 한 게 무슨 죄가 되냐"며 반문하기까지 했다.
또 우 전 수석과 법무부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지만, 결국 수사팀이 해경 전산실 서버를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직권남용 미수는 형법상 처벌할 조항이 없다며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이 부인과 함께 정강의 자금 1억 원 상당을 횡령‧배임했다는 의혹도 검찰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이유로 범죄사실로 구성하지 않았다.
다만, 우 전 수석의 부인은 회사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해 1억6000만 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우 전 수석의 장모도 부동산 차명보유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러나 우 전 수석과 공범 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 스스로 '부실수사'를 자초한 만큼 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 도입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비판적 여론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