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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Why뉴스] 박근혜 혐의 왜 18개가 됐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됐다.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교롭게도 18가지다.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특가법 상의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 왜 18개가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17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어떻게 혐의가 18가지나 되나?

    = 검찰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가 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뒤 검찰에 인계하며 13가지 혐의를 적용했던 것보다 5개가 늘었다.

    큰 줄기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가 11건이고 뇌물수수가 1건, 제3자 뇌물수수가 3건, 제3자 뇌물요구가 1건 이었고 공무상 비밀누설 1건, 강요미수 1건 등이었다.

    ▶ 뇌물액수가 크게 늘었는데?

    =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로 실제 수수한 금액은 368억2535만원, 약속 또는 요구한 금액을 포함하면 592억2800만원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관련 지원금 21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77억9735만원을 실제로 지급받은 혐의다.

    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125억원과 79억원을 출연금 명목으로 내게 했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16억2800만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204억원의 재단출연금과 동계영재센터 기부금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강요와 제3자뇌물수수가 모두 성립하는 '실체적 경합'(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으로 판단해 두 혐의를 다 적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SK와 롯데로부터 159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요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회장으로부터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재허가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내게 했다고 판단해 신 회장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SK그룹에도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그쳤고, 약속이나 공여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해 최태원 SK회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요구로 강요미수 혐의가,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공무상 비밀문건 47건 전달한 혐의로 공무상비밀누설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가 3가지가 추가됐다.

    (자료=스마트뉴스팀)

     

    ▶ 혐의가 겹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18개로 만든 건가?

    = 의도적 혐의를 18개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혐의를 세분해서 늘리다보니 18개 혐의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의 발표를 보면 검찰 자체인지가 11개 혐의이고 박영수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혐의가 7가지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검찰이 더 많은 역할을 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혐의를 세분하다보니 18개 혐의가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 박 전 대통령이 '18'이란 숫자와 인연이 깊다?

    = 그렇다. 검찰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8개라고 보면 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소장에 번호 붙이지 않는다"면서도 "18개 범죄사실이 (공소장에) 다 들어가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18개 혐의가 적용돼 있다. 그래서 항간에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혐의를 18개로 만든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서 1979년 10.26 사태로 사망하기 까지 18년간을 청와대에서 거주했고, 그 뒤 1998년 정치를 시작하기까지 18년간 은둔생활을 했다.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2016년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18년을 정치활동을 했다.

    공교롭게도 18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재판에 회부된 혐의도 18개가 된 것이다.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연수원 18기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급하게 기소한 건가?

    = 그걸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의 기소대로라면 법원에서는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검찰이 그걸 모를리가 없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두고도 우병우에 대해서만 유독 관대한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는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박영수 특검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이 검찰의 2기 특수본에서 청구한 영장을 다시 기각할 때는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그런데 검찰은 보강수사 없이 기소를 강행했다. 결국 무죄가 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비쳐진다.

    검찰이 이렇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검찰의 수뇌부가 우 전 수석의 혐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윤회와 십상시 문건'의 부실수사 문제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자면 김수남 검찰총장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그 수사를 했을까?

    ▶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 검찰이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 않는 적이 있었나?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검찰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왔다.

    그렇지만 검찰이 얼마나 부실하게 수사했는지를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다.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 검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직권남용 문제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관계자 외 법무부 대검 관계자 싹 다 조사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이건 분명한 거짓말이다.

    검찰은 법무부가 세월호 수사팀이 해경 123정장에 대해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못하게 압력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핵심관계자들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노승권 차장의 발표대로 법무부 대검 관계자 싹 다 조사할려면 당시 법무부 과장과 검찰국장, 법무부 장관까지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관계자와 광주지검 관계자들도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했을까?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은 법무부가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막으면서 계속 시간을 끌며 반대하자 "직을 걸고 기소하겠다"며 맞서서 불구속기소를 관철시켰다.

    그런데도 노승권 1차장검사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있었다는게 발견되지 않는다. 사건 수사 관련해서 법리적으로 다투고 하는거 청와대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 된다 안된다 할때 내용 자세히 모르면 가이드라인 제기하고 뭘 할수가 없다"며 우병우와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는 발언까지 했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이 뭘 좀 제대로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조사를 받아보니 수사의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롭게 수사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를 밝혀내 구속기소한 건 잘한것 아닌가?

    = 사실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초기에는 검찰이 최순실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면서 미적됐지만 태블릿pc가 공개되면서 적극수사에 나섰고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그 부분은 분명하게 평가해줘야 한다.

    검찰이 초기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면 박영수 특검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핵심관련자에 대한 증거확보와 초기 수사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끌어냈고, 결국 구속기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무리 화룡점정에 실패해 검찰수사가 비판받지만 그 점은 분명하게 '아주 잘했다' 칭찬을 해야 한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의지만 가진다면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건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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