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마지막 동앗줄이 된 공무원…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너도나도 공시족 합세
- 취업을 못했으면 사람이 아니다? 독서실 원시인이 고시오패스가 되기까지…
- ‘희망 없다’는 좌절을 배우는 청년들… 거리에서 사라진 청년문화, 고시촌으로 흩어져
- 알바로도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응답하라 일자리정책!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4월 18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택광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와 함께하는 일상다반사 시간입니다. 지난 주말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있었어요. 역대 최다인원, 22만 8000여 명이 응시했다고 그러는데 이른바 공시생들이라고 말하는데요. 요즘은 이 공시생 관련해서 다양한 신조어들이 나왔답니다. 오늘 이 얘기를 출발로 이택광 교수와 이야기 나누죠.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공시생, 공시족, 이런 얘기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관련해서 새로운 신조어들이 많아졌다고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이택광> 취업인류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있는데 취업을 하면 인류로 진화를 하는데 그전에 독서실 원시인 이런 표현들이 또 있죠.
◇ 정관용> 독서실에 있는 원시인. 아직 인류가 되지 않은?
◆ 이택광> 그렇죠.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딩족이라는 게 있고 또 취업인류로 진화하기 위해서 독서실에 정차하고 있는 사람들을 독서실 원시인이다, 이렇게 부르기도 하고요.
◇ 정관용> 공딩족은 대학도 안 가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 말이죠?
◆ 이택광> 네, 중학생도 아니고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검정고시를 쳤는데 요즘은 바로 고시를 치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공딩족.
◆ 이택광> 공딩족이라고 하는 거고요.
◇ 정관용> 독서실 원시인. 또요?
◆ 이택광> 그다음에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의 중요한 키워드를 제공하는 말인데 고시오패스라는 말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또 무슨…
◆ 이택광> 공시생과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결합이 돼 있죠.
◇ 정관용> 고시생 플러스 소시오패스.
◆ 이택광> 이건 인터넷 게시판 같은 데 돌아다니는 그런 용어이기도 한데 취업을 준비하면서 보면 굉장히 우울증이나 이런 심리적인 불안을 겪게 되잖아요, 그렇죠? 이런 분들이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든가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돼요. 아무래도 혼자 오래 생활을 해야 되고 끼니도 잘 못챙겨 먹고 자존감도 약해지고 또 우울증에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옛날 친구들을 만난다든가.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왜 너는 돌잔치 할 때 나를 안 부르느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왜 생일잔치할 때 나를 초대하지 않았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물론 집안끼리 행사이고 사실 돌잔치에 친구들을 잘 부르지 않잖아요, 요즘 시대에서는.
◇ 정관용> 자기 자녀 돌잔치에 주로 친구 부르죠. 누구 부릅니까?
◆ 이택광> 친척들끼리 할 수도 있죠.
◇ 정관용> 가족행사로 하기도 한다.
◆ 이택광> 친구를 따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의 행사들에 자기를 부르지 않았을 때 굉장한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든가 이런 거예요. 이런 친구들을 일컬어서 고시오패스다, 이렇게 부르는, 어떻게 보면 약간 염려를 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런 용어로 쓰고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 몇 년씩 준비하는데 계속 떨어지다 보면 약간 반사회적 인격장애 같은 것까지 생긴 그런 경우들까지 생긴다. 그래서 고시오패스다.
◆ 이택광>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원래는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아닙니다. 이게 기자가 발명한 용어죠. 정신상태를 지정해 주는 여러 가지 용어들이 있는데 그런 말들보다는 아주 널리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쓰이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그래서 이게 일반인들과 다른 윤리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이게 전문용어로는 도착증이라든가 이렇게 설명할 수가 있는데.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문제를 자기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든지 이런 거? 예를 들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나요?
◆ 이택광> 남들이 슬픈데 본인은 슬프지 않았든가. 대부분의 감정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시면 거기에 등장하는 범죄자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전혀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 않는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하고요. 제가 볼 때 이때 고시오패스라고 할 때 이용어는 일반적으로 그냥 우리가 이제 정신이나 심리가 좀 불안한 사람들 지칭하는 말. 사이코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 말 비슷하게 쓰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확한 용어적 정의가 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정신이 불안하다, 또는 마음이 불안한 것 같다. 이런 표현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사실 통계상으로 봐도 최근 5년 동안 20대 환자 가운데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강박장애를 가진 환자 숫자가 건강보험 급여실적 기준으로 보니까 확실히 늘어나고 있군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특히 청년 세대의 심리적인 어떤 문제들,다시 말하면 마음의 병이죠. 그런데 그런 마음의 병을 가진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또 좋지 않잖아요, 우리가. 그래서 물론 그것이 통계로 잡혀는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 더 많지 않을까.
◇ 정관용> 이것보다 더 많겠죠.
◆ 이택광> 수치로 드러난 건 더 많고요.
◇ 정관용> 이건 다 병원까지 간 경우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 않겠습니까?
◆ 이택광>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이 사회적인 문제, 따지면 취업이 안 되기 때문에 고시를 보려고 그러고 또 고시를 보기 위해서 지방에 있는 학생들 같은 경우는 상경을 해서 노량진 같은 고시촌에 머물면서 몇 년씩 준비를 하게 돼요. 평균이 보통 6, 7년 정도 준비해서 9급이나 8급 정도를 붙게 되는데 그런 과정들이 너무나도 가혹한 거죠, 개인에게는. 그리고 보통 일반적으로 고시 공부를 한다. 또는 고시촌에 와서 공딩족이 된다 그러면 나름대로 자기가 속해 있던 그런 그룹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상위였겠죠.
◇ 정관용> 어느 정도 공부에 소질이 있으니까 도전하는 건데.
◆ 이택광> 그렇죠. 아예 공부에 소질이 없는 분들이 나 고시를 해 보겠다, 이렇게 생각을 안 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분들이 취업이 잘 안 될 때 취업이라는 것도 사실 운이 좀 따르는 문제인데. 운칠기삼 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때 굉장한 자괴감이라든가 또는 피폐함에 빠질 수 있는 거죠.
경희대 이택광 교수
◇ 정관용> 취업이 안 돼서 고시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지만 취업이 돼도 직장생활이 워낙 팍팍해서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다면서요.
◆ 이택광> 그래서 제가 일전에 한번 공무원 연수 특강을 한번 간 적이 있었어요. 제가 그 연령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50대들도 계시고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런 걸 본다면 말씀하셨던 것처럼 학교를 다니다가 고시를 보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가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퇴직한 뒤의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재교육이라든가 또는 재취업이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힘든 그런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들이 이런 분들에게 결국 고시 이외에는 희망이 없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 공무원 시험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매달리게 되는 이런 상황, 어떻게 봐야 돼요?
◆ 이택광> 사실 청년 세대에 희망이 없다는 얘기는 굉장히 많이 나왔지 않습니까? 헬조선이라는 말도 많이 나왔고. 그런데 이게 또 단순하게 그냥 화폐로만 환원될 수 없는 손실이 존재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청년문화가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 지금 한번 거리로 나가셔서 젊은이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가만히 보시면 물론 대학생들이나 학생들은 나름대로 이렇게 자신들의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상,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직장 일을 하시든지 그것도 소수죠. 그 외에 대부분들은 사실 고시촌이나 이런 데 가서...
◇ 정관용> 어디엔가 틀어박혀서.
◆ 이택광>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거예요. 학생들만 하더라도 일단 졸업을 하면 2~3년간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취업을 한 사람들은 간간이 연락이 와요. 그런데 그 비율이 정말 100명이 졸업을 한다면 한두 명 이 정도입니다. 2~3년 내로 취업을 하는 학생들 수가 굉장히 적고요. 그리고 설령 취업률에 잡히더라도 대부분 거의 안정된 직장이 아닙니다. 한 2~3년 지나면 대부분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기 때문에 또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겨버려요. 요즘 대학들에는 가보시면 동문회가 되지 않거든요. 홈커밍데이라든가 이런 동문회가 되지 않고 쉽게 말하면 취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들이 생기는 거고 물론 이게 한국만의 특수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일본에도 사실 사토리 세대가 달관 세대이지 않습니까, 달관.
◇ 정관용> 사토리?
◆ 이택광> 득도라고. 득도를 사토리라고 하는 겁니다. 득도 세대 또는 달관 세대 이렇게.
◇ 정관용> 무슨 득도를 했다는 거예요?
◆ 이택광> 워낙 바깥에서 일이 되는 게 없으니까 그냥 인생을 즐기자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 닦듯이 사는 걸 말합니다. 그러니까 방랑도 하고, 그렇죠. 사실 거의 소비를 하지 않아요, 이런 사람들은.
◇ 정관용> 소비도 안 해요?
◆ 이택광> 소비할 능력이 안 되니까. 그래서 말 그대로 잉여요. 잉여의 삶을 사는데 이 사토리 삶을 사는 여러 가지 일본 소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읽은 일본 소설 하나는 퇴직을 하고 그냥 자기가 사표 던지고 일을 하기가 싫어서 집에 틀어박혀서 맨날 계란만 먹는 거예요. 그런 소설이 있습니다. 맨날 계란만 먹는 그런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 있는데.
◇ 정관용> 득도했다는 단어를 좀 반어적으로 쓴 거군요, 그러니까.
◆ 이택광> 그렇죠. 좋은 뜻은 아니죠. 득도를 했다고 하면 과거 같으면 세속을 떠나서 사는 건데 이 사토리 세대 같은 경우에는 세속을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라 되는 게 없으니까 그냥 본인들 스스로가 장막을 치고 산속으로 들어가버린 거예요.
◇ 정관용> 도피해 버린.
◆ 이택광> 그래서 이런 게 현재 일본의 20~30대를 지금 가르키고 있는데 한국은 고시오패스 같은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죠. 어떻게 보면 한국은 아직까지 노력을 하면, 노력도 그냥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입니다. 그런 걸 하면 젊은이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일본보다 더 힘든 삶을 지금 청년 세대가 살고 있다.
◇ 정관용> 어떤 점에서 일본보다 더 힘들죠?
◆ 이택광> 일본은 그나마 사토리 세대는 스스로가 자신의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쉽게 말하면 아르바이트라고 부르는 파트타임 일을 하더라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입을 올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 정관용> 부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용돈벌이는 다 된다.
◆ 이택광> 생계를 유지하는 데 문제는 없죠. 심지어는 6개월을 일본에서 일하고 6개월 정도 동남아시아의 물가가 싼 나라에 가서 살고 이런 것도 있습니다. 그런 식의 삶의 형태도 있고 그렇게도 살아라, 이렇게 권장하는 분위기도 있는데 우리는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한국의 어떤 여러 가지 경제활동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는 그런 처지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고시라는 마지막 수단. 어떻게 보면 이 고시라는 것도 결국 열심히 노력하면 금의환향할 수 있다, 또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주는 마지막 동앗줄이 돼서 매달리게 되는 것이죠.
◇ 정관용> 일본은 그나마 일자리를 가지면 부자는 안 되지만 생계는 유지는 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생계유지조차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또 공무원 시험도 몇 년째 떨어지면 정말 고시오패스가 돼 버리고 만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이택광>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결국에는 청년 세대가 직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그런 일자리창출 이런 거 당연히 많은 정치인들이 약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또 돼야 되겠지만 제가 볼 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차이 이런 걸 좀 없애야 되겠죠. 당연히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 차이도 없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동일임금제를 만들어야 하는 거고요. 그런 것들을 지정해야 도것이고. 그래서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만 하더라도 청년 세대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고 여유로운 문화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거기에서 공무원이 꿈인 청년들 같은 경우에는 또 고시를 준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공무원이 돼 버리면 사실 누가 국민을 하겠습니까? 보수들의 말이기도 한데.
◇ 정관용> 어제도 우리 발언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이런 주제를 다뤘습니다마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규직,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고 결국 답은 거기에 있다, 원칙에 있다. 그 말이군요.
◆ 이택광> 그렇습니다. 결국 원칙에 있고요. 그리고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임금을 정상화해야겠죠. 물론 기본소득 이야기도 나오고 지금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렇죠? 그리고 최저임금도 올려야 되고 그런 문제가 있는데 너무 지금 한국이 지난 10년간 경제 정책을 보시면 기업 위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가들이 그러면 과연 재투자를 했는가. 지금 나오는 여러 가지 통계를 보시면 전혀 재투자를 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최근 연구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전혀 재투자를 하지 않아서 성장률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이런 문제가 있는 거죠. 여기의 직접적 피해자가 지금 청년이라는 거예요. 이런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이번 대선 기간에 모든 후보들이 특히 청년일자리 얘기는 많이 합니다. 이번에 정말 좀 제대로 다뤄져서 누가 되든 간에 좋은 청년일자리 그리고 최저임금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되는 계기가 되기를 좀 바라봅니다. 오늘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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