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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칼빈슨호와 '양치기 소년' 트럼프



칼럼

    [오늘의 논평] 칼빈슨호와 '양치기 소년' 트럼프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이 하지 않으면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 미·중 정상회담 도중 보란 듯이 단행된 시리아 공습, 그리고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배치 발표.

    지난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 주 동안 벌어진 사건들이다.

    미 태평양사령부가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향하려던 칼빈슨호의 뱃머리를 다시 한반도로 돌리기로 했다고 처음 발표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 8일이었다.

    북핵 미사일 위협 때문이라는 점도 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강력한 함대를 보낼 것"이라고 말해 칼빈슨호는 트럼프가 공언해온 대북 군사옵션의 신호탄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미 태평양사령부가 발표하던 그 시점에 칼빈슨호는 당초 계획대로 호주 해군과 훈련을 위해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 해군이 지난 15일 촬영한 항공모함 칼빈슨호. 촬영 당시 칼빈슨호는 인도네시아 인근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미 해군/ U.S. Navy photo by Mass Communication Specialist 3rd Class Matt Brown/Released)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이 공개한 지난 15일자 미 해군 사진에는 칼빈슨호가 호주를 향해 인도네시아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더욱이 3척의 항공모함이 몇 주 안에 한반도 해역에 모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칼빈슨호와 함께 일본 요코스카의 로널드레이건호, 미 캘리포니아 인근의 니미츠함까지 한반도에 집결한다는 소식은 4월 위기설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었다.

    칼빈슨호에 대한 앞선 발표가 일종의 심리전이었는지 아니면 미 백악관과 국방부 간의 커뮤니케이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지난 8일 이후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한반도에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을 두고 관련 당사국들을 향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심지어 미 태평양사령부는 지난 17일에도 칼빈슨호가 서태평양을 통과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한-미 공동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전략적 인내는 끝났고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17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군사옵션은 후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문제는 칼빈슨호 소동에서도 보듯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대외 군사외교 정책이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칼빈슨호가 호주 해군과 훈련을 끝내고 한반도로 향한다지만 실제 올지 안올지도 알 수 없다.

    이윤을 위한 사업이라면 상대방을 위협해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인 한반도 안보를 놓고 '양치기 소년' 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이건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다.

    관련 당사국들이 오판해서 의도치 않게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이 칼빈슨호의 행로를 알면서도 말을 못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아예 몰랐는지도 의문이다.

    알고도 말을 안했다면 군사충돌 위기로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위기를 방조한 것이고 항로 변경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다.

    정부로선 한·미동맹의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유와 냉정한 상황 판단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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