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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공약은 '예산 쌈짓돈' 잔치…"정치적 부메랑 될 수도"



경제정책

    쌀 공약은 '예산 쌈짓돈' 잔치…"정치적 부메랑 될 수도"

    대선 후보들 쌀 목표가격 인상, 생산조정제 공약…효과는 미지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우리나라 국민의 주곡(主穀)인 쌀이 어느 순간부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해마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은 가을 수확기에 풍년의 기쁨 대신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쌀 목표가격 인상과 생산량 감축, 대북지원 등 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 등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예산을 통한 자금지원 대책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면서 쌀 수급이 안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대선 후보 쌀 공약…목표가격 인상, 생산조정제, 대북지원

    먼저, 각 후보들이 제시한 쌀 관련 공약은 크게 '목표가격 인상'과 '생산조정제 시행', 이 두 가지 방안이 사실상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측만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 측의 신정훈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토론회에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쌀 생산조정제에 대해선 민주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의당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의 김종회 국민의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은 "논에 타작물 재배를 독려해서 옥수수와 콩 같은 다른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고, 이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보조금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쌀 대북 지원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과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이 공약으로 채택했다.

    ◇ 쌀 목표가격 인상…산지 쌀값 하락시 ‘제 발등 찍는’ 정치적 부메랑

    '쌀 목표가격'이란 정부가 변동직불금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가격을 말한다. 정부가 목표가격을 정해 놓고, 실제 산지 쌀값이 이 가격 보다 낮을 경우 차액의 85%를 지원하게 된다.

    목표가격은 5년 단위로 조정하게 되는데 지난 2013년부터 80㎏ 한 가마에 18만8000원을 적용하고 있으며, 내년에 재조정해야 한다.

    문 후보와 홍 후보는 이 같은 목표가격을 올려서 농민들의 쌀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5년간 물가 상승률 4.3%를 감안하면 현재 목표가격 18만8000원에서 19만6000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앞으로 산지 평균 쌀값이 오르면 정부의 변동직불금 부담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수확기(10~12월) 산지 평균 쌀값이 13만1000원까지 떨어졌지만 내년에 13만9000원까지 오르면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의 차이가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마다 쌀 생산량이 적정소비량을 초과하면서 쌀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문 후보 측과 홍 후보 측이 기대하는 13만90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현재로썬 희박하다는 점이다.

    (사진=자료사진)

     

    농식품부는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책정한 상태에서 산지 쌀값 13만9000원을 기준으로 1만 원 하락할 경우 정부가 추가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만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변동직불금으로 1조4900억 원을 지급했지만, 3000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변동직불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정부가 무조건 지원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우리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최대 규모가 1조4900억 원이기 때문으로, 지난해의 경우도 77억 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는 쌀 목표가격을 무턱대고 높였다가 쌀값이 하락할 경우 정부가 책임질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려 농민들의 거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훈 박사는 "목표가격을 올렸는데 쌀값이 지금 수준(13만원 초반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실제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농촌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쌀 직불금이 생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계속해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쌀 목표가격을 올리는 문제는 정말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재 변동직불금은 토지주인이 아닌 직접 경작자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변동직불금 보상이 늘어나면 토지주인들은 당연히 임대료를 올리게 되고, 결국은 땅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지급한 1ha당 직불금은 고정 100만 원과 변동 211만 원 등 무려 311만 원에 달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생산조정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강제 시행 여부가 관건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오는 2019년에 57.4㎏까지 떨어져 2014년에 비해 8㎏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 연평균 28만 톤의 쌀이 초과 공급된데 이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24만 톤이 남아돌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쌀 수급 관리를 위해선 쌀의 생산량부터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를 위해 쌀농사를 밭작물로 전환하는 '쌀 생산조정제'가 검토되고 있다.

    쌀 생산조정제는 1ha당 300만 원을 현금 지급하는 지원책이다. 이를 통해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 산지 쌀값은 오르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줄어들 게 돼 예산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논 1만ha에서 5만 톤의 쌀이 생산되기 때문에 재배면적을 10만ha 줄이면 50만 톤 정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지난해 기준 전체 쌀 생산량의 12% 정도가 줄어드는 만큼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대선 후보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나머지 문 후보와 안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등은 생산조정제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쌀 생산조정제가 곧바로 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올해 3만ha를 감축하기 위해 예산 900억 원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다.

    기재부는 생산조정제를 시행하면 쌀값이 올라서 변동직불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여기에, 농민들이 과연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다른 농민들이 생산조정제에 참여해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 쌀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서 정작 본인은 참여하지 않고 눈치싸움만 치열해 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진=자료사진)

     

    생산조정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제로 생산조정제에 참여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변동직불금을 받은 농민에 대해서는 다음해에 벼 재배면적을 10% 이상 줄이도록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박사는 "쌀 소비가 줄어들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조정제를 해도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하지만, 쌀 재고물량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재배면적을 줄여서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은 우선 당장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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