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빙붕((氷棚, Ice Shelf) 이 빠르게 녹아 내리면서 오는 2100년까지 세계 해수면이 2m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는 빙붕에 고여 있는 커다란 물 웅덩이가 빙붕의 붕괴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이탈리아 공동연구팀이 이 같은 주장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또 빙붕으로 인해 해수면 상승 시기도 당초 예상 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한 '장보고기지 주변 빙권변화 진단, 원인 규명 및 예측' 연구를 통해, 남극 빙붕의 붕괴와 해수면 상승이 느리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200~900m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그동안 학계에서는 지구 기온 상승으로 빙붕 표면의 얼음이 녹으면서 형성된 물웅덩이가 빙붕의 붕괴를 촉진시켜 해수면 상승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여겨 왔다.
빙붕 표면에 생긴 푸른빛 도는 물웅덩이가 흰 얼음에 비해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물 웅덩이가 점차 커지면서 빙붕이 붕괴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지난 2002년 1~4월 사이에 여의도 면적의 380배에 해당하는 빙붕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 : 일반적인 형태의 빙붕으로, 표면에 생긴 물웅덩이가 점차 커지고 깊어지면서 붕괴가 촉진됨(b)형 : 배수로 역할을 하는 강(江, 물줄기)을 형성할 수 있는 기울어진(비탈형) 빙붕으로, 물웅덩이에 고여 있던 물이 강을 통해 바다로 배출되어 빙붕이 안정화됨
그러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미국항공우주국, 이탈리아 경제개발청등 국제연구팀은 이 같은 학설을 완전히 뒤짚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극내 장보고 기지 인근에 위치한 난센(Nansen) 빙붕이 기온 상승으로 물웅덩이가 생성됐지만 안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난센 빙붕과 같은 비탈진 형태의 빙붕에서는 비록 물웅덩이가 형성됐어도 여름철 빙붕 표면에 생기는 강(물줄기)을 통해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 오히려 더 이상 붕괴를 촉진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1912년 영국 스콧팀 남극 탐사 당시 난센 빙붕 위 강(江)의 모습
극지연구소의 이원상 단장은 "지금까지는 빙붕의 형태와 관계없이 물 웅덩이가 생성되면 빙붕의 붕괴가 촉진된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2100년까지 세계 해수면이 약 2m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영국 네이처(Nature)지 4월호에 게재됐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연구결과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에 구축된 세계최고 수준의 빙권변화 종합 감시 관측망을 활용해 앞으로 보다 정밀한 해수면 변동 예측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