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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스탠딩토론이 난상토론으로 마무리

선거

    미국식 스탠딩토론이 난상토론으로 마무리

    일관된 흐름 실종, 단타 위주 공격, 특정 후보 쏠림 등 과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각당 후보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

     

    19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는 새롭게 도입된 '스탠딩 토론' 형식이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등을 제외하고 약 90분간 상대 후보의 거침없는 질문에 준비된 원고없이 즉각 대응해야하는 방식이어서 그 어느때보다 긴장도는 높았다.

    하지만 사실상의 '맨손' 토론에도 불구하고 후보 한 사람에게 질문이 집중되거나,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아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등 토론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 5자 스탠딩 난상토론의 한계

    스탠딩 토론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서로 물고 물리는 정책토론과 신경전을 펼치면서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도입됐다. 5년 전에도 재선에 도전했던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스탠딩토론으로 서로를 검증했다.

    하지만 이날 KBS에서 처음 시도된 스탠딩토론에서는 5명의 후보가 뒤엉키면서 숨가쁠 정도의 정책공방과 집요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보가 2명이면 주제의 흐름과 상관없이 서로에 대한 공방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후보 5명이 자신에게 유리한 잣대로 특정 후보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토론의 맥은 끊겼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국가보안법 존치 입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고, 반대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보법 페지 입장에서 문 후보를 공격한 게 한 예다.

    홍 후보와 심 후보는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졌지만 두 사람이 직접 부딪치는 대신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문 후보를 공격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도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그리고 심 후보는 서로 맞대응하기보다는 문 후보를 좌우에서 흔들면서 자신들의 선명성만 강조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참석한 각당 대선 후보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

     

    난상토론에서 형성된 쟁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야했지만 후보가 5명인 만큼 일관된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호흡이 긴 질문보다는 특정 후보를 상대로 '단타 승부'를 걸면서 근거없는 주장이나 헐뜯기도 종종 연출됐다.

    홍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참여정부 당시 기무사령관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했다"고 몰아붙였고, 안 후보를 향해서는 "창업주라고 하셨지요? 그러면 국민의당은 안철수당이네요"라고 비하했다.

    문 후보 지지층이 안 후보를 지지한 가수 전인권씨를 '적폐가수'라고 칭했다는 안 후보의 추궁에 문 후보는 "제가 한 말은 아니지 않냐"며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홍 후보가 "참여정부 때 길가는 사람이 넘어져도 다 노무현 탓이라고 했다"고 공격하자, 문 후보는 "자유한국당 실패 안했냐"고 따지는 등 감정싸움도 이어졌다.

    다수의 후보가 참여하면서 양자 스탠딩토론의 묘미는 빛을 바랬고 후보 개개인의 진면목을 확인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설거지이는 여자나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홍 후보에 대해, 나머지 4명의 후보가 여성을 비하한 것이라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면서 끝내 사과를 받아냈다.

    ◇ 사회자도 몰랐던 질문지 열어보니 '맹탕'

    모두발언이 끝나고 사회자가 후보들로부터 토론 주제가 든 봉투를 골라달라고 하면서 본격적인 난상토론이 시작됐지만 토론 주제는 예상 외로 싱거웠다.

    사회자가 자신도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며 꺼내 든 주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할 외교적 지렛대는 무엇이냐' 등 그동안 자주 거론됐던 항목이었다.

    무대 위에 오른 토론자 모두에 대한 상호검증이라기 보다는 특정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어수선한 난전도 이어졌다.

    여기에 각 후보 당 9분씩 총 45분을 쓸 수 있는 '발언총량제'에 후보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질문과 답변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했지만, 처음 도입된 탓에 후보들은 애를 먹었다.

    문 후보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질문에 답변하는라 급급해 정작 자신의 질문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문 후보는 일부 질문이 자신에게만 집중되자 "다른 후보들에게도 물어봐달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대신 질문을 덜 받았던 홍 후보는 답변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마지막에 3분 가까이 시간이 남아 혼자 정견발표를 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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