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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이 뭐길래…세월호 가족들에게 물었다

사건/사고

    '노란리본'이 뭐길래…세월호 가족들에게 물었다

    "생명경시 사회풍토에 저항…기다림과 추모 의미도"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이 철조망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세월호 육상거치 작업이 한창이던 목포신항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찾아온 건 지난 9일. 그러나 신항을 지키던 유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부분 작업현장 쪽을 바라보고 앉아 안 후보의 인사치레를 본체만체할 뿐이었다.

    며칠 뒤 신항 주변 간이텐트에서 만난 일부 유가족은 안 후보가 유가족들에게 외면당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노란 리본을 달지 않고 온 점'을 꼽았다. 노란 리본 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고받던 대화였기 때문에 굳이 리본과 결부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옆에서 함께 리본에 접착제를 바르던 기자 입장에서는 다소 생경한 지적이었다. 대체 이들에게 노란 리본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기에 이렇게 예민한 반응이 나왔던 걸까?

    일단 故오준영 군 어머니 임영애(47) 씨는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았다는 점 자체에 반감을 품었던 게 아니라 진실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만난 복수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따르면 이들에게 노란 리본이란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기존 사회풍토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이들은 2014년 세월호참사를 두고 돈을 추구하던 기업과 권력에 아첨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빚은 '인재'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故이영만 군 어머니 이미경 씨는 "엉망이 된 이 사회에서 노란 리본은 '생명을 존중하자'는 항의의 표현"이라며 "그러니 보수든 진보든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이걸 단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유가족들이 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이용하는 회색 컨테이너에 붙여놓았던 노란 리본 스티커가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혀를 찼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공무원들도 나름의 입장이 있었겠으나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형 노란리본 현수막이 걸려있다. 황진환기자

     

    노란 리본은 앞서 참사 발생 이틀째인 지난 2014년 4월 17일부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실종자들이 무사귀환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적의 리본'이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장차 '기다림의 리본'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기다림' 혹은 '추모' 등의 의미로 통용된다.

    현재 대부분의 노란 리본은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 만든 것이다. 유가족이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시민들이 만들어 준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유가족들은 이 리본을 볼 때마다 위로와 격려를 받곤 한다. 영만 어머니는 최근 한 버스의 유리문에 달려 있던 리본을 봤을 때도, 한 할머니의 가방에 달려 있던 리본을 봤을 때도 반가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한두 사람이 달고 있는 걸 보고 놀라곤 했는데 지금은 엄청 많은 분들이 달아 주신다"면서 "'함께하고 있다. 당신들을 응원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 나의 편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준영 어머니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을 볼 때 위로와 힘을 받고 '내가 포기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3년 동안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최근 영국 가수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에서 '옐로우'를 부르던 중 10초간 화면에 리본을 띄우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던 일을 두고 "그런 게 저희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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