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설치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단체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옆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설치물인데도 지자체가 묵인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서 비슷한 동상을 세우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 또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진실국민단체'는 21일 오후 3시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바로 옆에 이승만·박정희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 단체의 대표는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소녀상 주변에 각종 쓰레기와 폐가구를 갖다놓고, 소녀상 반대 문구를 적은 불법 선전물을 붙여 소녀상 지킴이 단체와 갈등을 빚었던 부산 동구 주민 최모(36) 씨다.
최씨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는 이들과 최근 '진실국민단체'를 만들었다고 이 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영사관 앞 소녀상이 불법으로 설치됐는데도 동구청이 이를 묵인한 채 철거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에는 불법으로 맞서기 위해 이승만·박정희 흉상을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실국민단체는 지난 7일 소녀상 주변에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할 것인가'라고 쓴 종이를 붙인 폐화분을 갖다놓고 가로수에 테이프로 꽁꽁 묶어놓은 것도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밝혔다.
진실국민단체 관계자는 "소녀상 자체가 불법이라 동구청이나 시민단체가 흉상 설치를 막을 권한이 없으며 흉상을 철거하려면 소녀상도 함께 치워야 할 것"이라며 "흉상은 이미 구매해놓는 등 건립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건립하거나 바로 세운 역사적인 인물이라 흉상 대상으로 정했다"며 "21일 오후 3시 소녀상 앞 기자회견에서 흉상 건립 배경 등을 자세히 밝히고 제막식을 하겠다"고 말했다.
진실국민단체의 소녀상 옆 흉상 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측은 긴급회의를 가지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산시민행동 관계자는 "현재 소녀상의 보호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례와 법안 제정이 진행 중인데 이들의 악의적인 흉상 건립은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소녀상을 두고 우리 국민끼리 대립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해 국가기관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청과 경찰 역시 이 단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