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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각지대 놓였어도…"이마저도 귀해요"



대전

    안전 사각지대 놓였어도…"이마저도 귀해요"

    [나는 왜 주거난민이 됐나④] 없어서 못 들어가는 매입임대주택…유지·관리 '뒷전'

    지난해 8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가정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그 후 8개월. 집기 하나 챙기지 못하고 집을 떠난 그들은 지금껏 임시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그들은 왜 '주거난민'이 돼야 했을까. 매입임대주택 화재를 통해 드러난 현행 주거복지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엄마, 불났어"…난민생활이 시작됐다
    ② "삽시간에 번졌다"…매입임대주택의 '예고된 피해'
    ③ "기초생활수급자는 화재 긴급지원 안 돼요"
    ④안전사각지대 놓였어도…"이마저도 귀해요
    (계속)


    지난해 8월 불이 난 대전 서구 괴정동 매입임대주택. (사진=주민 제공)

     

    지난해 8월 불이 난 대전 서구 괴정동 매입임대주택. 이곳에는 화재감지기,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이 없었다. 불이 처음 난 1층 주차장에는 CCTV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관리업체는 수년 동안 CCTV를 관리한 적이 없다고 했다. 5개월 동안 화재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원인 미상'으로 종결됐다.

    주민들에게는 "이마저도 귀한 집"이었다. 피해 주민 김미숙(53)씨는 "1년 이상을 기다려 겨우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떠돌던 이들에게 처음으로 안정된 공간, 집다운 집이 돼준 게 바로 매입임대주택이라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기업이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빌려주는 매입임대주택에서 각종 문제가 노출되고 있지만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상태로도 '없어서 못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입임대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전체 가구 수 대비 매입임대주택의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 매입임대주택 입주 대상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만 따져도 수요 대비 약 7.8%에 머무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초생활수급자 100명 중 7명만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 장애인, 저소득 대학생 등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없어서 못 들어가는 상황'은 악순환을 낳는다. 공급이 달리다보니 유지·관리가 부실해지고,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종종 사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기준 LH가 관리 중인 전체 매입임대주택의 13%가 20년 이상 된 노후건축물로 나타났다. 30년을 초과한 매입임대주택도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이나 1인 노인가구 등이 많은 매입임대주택 입주자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애인 가정 A(70)씨는 "일반 싱크대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LH에서는 싱크대를 교체할 경우 나갈 때 원상복구를 하고 가야된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주민 B(52)씨는 "문제가 있어도 '저렴하니까 그냥 살아라'는 식으로 반응이 오기 일쑤고 우리 입장에서도 혜택 받고 있다는 시선 때문에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문제는 LH 내부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2015년 "본 사업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갖고 추진되기 위해서는 매입 외에 관리, 개·보수 비용을 고려한 적절한 사업구조의 구축과 함께 양적으로 증가한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공급 및 관리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원은 "중앙정부가 주택 매입 시 호당 지원단가에 따라 매입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보수·리모델링 비용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공급 이후의 유지관리비 역시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LH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UR도시재생기구가 민간사업자와 함께 개·보수 공사를 거쳐 셰어하우스, 도시농장형 임대주택, 고령자용 임대주택 등 수요자의 특성에 맞게 공급하고 있다.

    고령자용 임대주택의 경우에는 긴급 통보 및 안부 확인 시스템을 갖추고 1층에는 노인복지센터를 설치했다. 또 입주자의 특성과 생활패턴 등에 따라 인필(In-fill) 방식으로 부엌 싱크대와 문, 가구 등을 선택해 채워 넣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의 오훈 정책위원장은 "LH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공급된 주택이 주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이나 지속적 거주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는 아직까지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주민복지의 일환으로 도입됐는데 사후관리보다 실적을 늘리는 데 치우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매입임대주택은 곳곳에 소규모로 분산돼 있다보니 입주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며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들을 권역별로 묶은 협의체를 제도화해 입주자가 참여하고,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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