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향해 북중관계에서 '파국적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관영매체를 통해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정필'이라는 인물의 명의로 지난 21일 게재한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우리 주변국'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논평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논평은 "최근 우리 주변국에서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 수역에 전례없이 방대한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면서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는 데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에 대처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과 관련하여서는 '필요한 조치'요, '전환적 수준의 반응'이요 뭐요 하면서 우리를 어째 보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말들이 튀여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앞으로 우리가 그 누구의 '경제제재'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저희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고려해 보아야 한다느니,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 부흥에 필요한 지지와 방조를 제공할 수 있다느니 하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중국 전문가와 관영매체 등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시에 원유 공급 중단 등 이전보다 한층 강력한 제재에 나설 의향을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논평은 "4월 18일에는 공식언론을 통하여 우리가 핵, 미사일 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하여 지난 시기 적수였던 미국을 저들의 협조자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그들을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며 어떻게 대하여야 하겠는가"라고도 주장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지난 18일 사평(社評)에서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논평은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제재 속에서 살아왔지만, 오직 자기 힘으로, 우리가 선택한 정의의 길로 힘차게 전진해왔다"며 "자력자강에 의거하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철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중국을 향해 "만일 그들이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고 그 누구의 장단에 춤을 계속 추면서 우리에 대한 경제제재에 매여달린다면 우리의 적들로부터는 박수갈채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북중관계의 '파국적 후과'까지 운운하며 중국을 이처럼 강하게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공식 정부기관의 입장 발표가 아닌 '정필'이라는 인물의 개인 논평으로 형식에서 다소 수위조절을 했다. 중국의 북한산 석탄수입 전면 중단 결정 이후인 지난 2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라는 제목의 대(對) 중국 비난 논평도 '정필'의 명의로 게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