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 기자회견’ 을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3일 북핵 문제 해법으로 '북한의 선(先) 행동론' 대신 미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론'을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핵 포기와 남북 협력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은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평화구상'을 발표하고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평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집하다 결국 고립에 이은 궤멸의 길로 갈 것인지 핵을 포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중국을 설득해 6자회담을 재개하고, 미국을 설득해 북미 관계 개선을 유도하고,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의 선행동론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해 이 세 가지 행동을 동시에 이끌어 낸다는 것으로 이른바 '동시행동론'이다.
이와 관련해 문 후보는 "우리가 주도해 '북한의 선행동론' 대신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을 이끌어내겠다"며 "'중국 역할론'에 기댈 게 아니라 '한국 역할론'을 실천적 전략으로 삼아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및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이 포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호 군비통제를 단계적으로 실행해 전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햇볕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북한의 변화를 전략적으로 견인해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했던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상태에서 '전략적 인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만 의존하는 사이에 북한의 핵능력만 증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미국과 협의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안을 만들어서 북한과 협상하고 중국 등과 협의를 발 빠르게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핵과 미사일을 억제하는 핵심 전력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이를 위해 ▲ 핵심 전력인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조기 구축 ▲ 우리군의 독자적 감시·정찰·정보획득 능력 강화 ▲ 적의 지휘부와 장사정포를 마비시킬 전력 증강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 기자회견’ 을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문 후보는 자신이 구상하는 평화로운 한반도가 ▲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통일 ▲ 남북협력의 법제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합의 ▲ 남북이 함께 잘사는 경제통일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후보는 강력한 국방개혁의지도 밝혔다. "강력한 국방개혁으로 사이버전·대테러전·우주전 등 미래전에 대비하겠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되돌려 받고, 미국의 전략자산은 적극 활용하되 우리 스스로 명실상부하게 국방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또 ▲병사의 봉급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로 인상 ▲ 단기부사관 13만명에서 20만 5천명으로 증강 ▲ 일반 사병의 군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을 공언했다.
방산비리 척결과 방위산업 육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문민화율을 70%까지 높이고, 임기내 문민 국방장관 임명도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 후보는 “통일을 소원하는 순수한 노력들이 번번이 좌절당한 채 70년 세월이 흘렀다”면서 “그러는 사이 분단을 악용한 세력들이 특권을 누렸다. 안보를 팔아 정적을 제거하고 국방을 팔아 주머니를 불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지금도 종북몰이로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고. 권력 유지에만 몰두한다”면서 “당연히 북핵 문제도 해결할 능력이 없다. 적대감이 커지고, 통일은 귀찮은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