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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명화로 여는 성경'



책/학술

    전창림, '명화로 여는 성경'

    삶을 다독이는 한 줄의 말씀, 한 점의 명화

     

    '명화로 여는 성경'은 52점의 명화로 구약과 신약 전체를 꿰뚫는다. 이 책은 단순히 성경의 장면을 그린 명화 모음집이 아니다.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마음이 답답하고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저자 전창림은 성경을 읽으며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을 바라봤다. 저자가 경험했듯이, 이 그림들은 우리를 묵상에 이르는 길로 안내한다.

    그림으로 성경을 이해하고 묵상하는 이른바 '명화묵상법'은, 역사적으로 꽤 오래 전부터 행해져온 방식이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와 카라바조 등 미술사를 이끈 거장들은 저마다 성경의 중요 장면을 그렸는데, 그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미술작품들로 성경 읽기를 대신했다. 즉, 문맹인 사람들은 그림을 통해 주님의 말씀을 새기고 묵상에 들었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루카스 크라나흐의 '선한 목자'는 특별하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말끔하고 깨끗한 차림새를 하고 양을 어깨에 둘러멘 모습으로 ‘선한 목자’를 그렸지만, 크라나흐는 다 헤진 속옷 한 장만 겨우 걸친 상처투성이 목자를 그렸다. 목자는 한 마리 잃은 양을 찾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온갖 위험 끝에 늑대도 만났을 것이다. 저자의 시선은 어깨에 둘러멘 양도 목자도 아닌, 목자의 누더기 옷에 멈춘다. 크라나흐는 왜 다른 화가들과 달리 누더기를 걸친 목자를 그린 걸까? 그림의 제목 ‘선한 목자’에서 ‘목자’보다 ‘선한’이라는 단어에 묵상하게 되는 이유는 왜 일까? 저자는 크라나흐의 '선한 목자'에서 ‘선하다’를 뜻하는 ‘GOOD’에서 ‘GOD’의 의미를 되새겼다. 즉, 누더기를 입은 목자의 모습을 한 주님을 통해서 ‘악함’의 반대 개념이거나 상대적인 ‘선함’이 아닌 ‘절대선’의 경지를 헤아려본 것이다(183쪽 참조).

    이 책에서 다룬 그림 이면에 숨겨진 뒷이야기들은 예술과 신앙 사이에서 번민하던 거장들의 내면을 가늠하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얽힌 이야기는 특히 울림이 크다. 로마 교황청의 주문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리게 된 다빈치는 우선 예수님의 모델로 깨끗하고 선하게 생긴 열아홉 살의 젊은이를 찾아서 그를 모델삼아 예수님을 그렸다. 이어서 열한 명의 제자를 모두 다 그리는 데 무려 6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 명이 남았는데, 바로 예수님을 밀고한 배반자 가롯 유다였다. 다빈치는 가롯 유다의 모델을 찾아다니다가 사형을 기다리던 로마 지하감옥의 죄수 중에서 악인의 상징 같은 얼굴을 발견하고 그를 모델로 그렸다. 그림을 완성하고 난 뒤에 그 죄수가 다빈치에게 자신을 모르겠냐고 물었다. 그는 바로 6년 전 예수님의 모델인 청년이었다. 그렇게 선하고 성스럽던 얼굴의 청년이 불과 6년 만에 살인마의 얼굴로 변한 것이다. 그 후로 다빈치는 두 번 다시 예수님의 얼굴을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196쪽).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탕자의 귀향'도 많은 화가들이 그린 주제이다. 하지만 렘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향'은 매우 특별하다. 호화스럽게 부귀영화를 누리며 방탕하게 살던 렘브란트가 자식들과 아내를 잃고 전 재산을 탕진한 뒤 홀로 비참한 말년을 보내면서 그린 그림이 '탕자의 귀향'이다. 그래서일까, 이 그림에는 탕자처럼 살던 작은 아들의 후회도, 자신의 의(義)를 믿던 큰 아들의 의문도, 자식들이 모두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의 회환도 함께 서려 있다(188쪽).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4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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