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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아타루,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책/학술

    사사키 아타루,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제자리걸음을 멈추고'는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강연, 인터뷰, 대담, 토론, 기고 중 일부를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하나로 수렴되는 지점은 '진정한 인문학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저작 '야전과 영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인문학의 본질, 대안적인 생의 탐구, 참된 죽음의 의미,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 푸코의 '정치적 영성'에 관한 논의, 힙합과 혁명의 공통분모, 산책의 효용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논의가 펼쳐진다.

    이번 책에서는 지난겨울 전국의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우리의 '촛불혁명'에 대한 깊은 감탄과 진정 어린 찬사, 상대적으로 부끄러워하는 소회를 솔직히 드러낸 '한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사사키 아타루의 책에 빠짐없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혁명'이다. 그러나 그 혁명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치적 혁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근본적인 혁명, 모든 것이 텍스트에서 비롯되며 결국 텍스트로 수렴되는 혁명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단순한 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춤, 음악, 그림 등 모든 예술적 장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실제로 프랑스 근대사에서도 혁명은 텍스트의 정보화에 대한 봉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1848년의 2월 혁명, 파리코뮌, 인민전선의 기쁨의 파업에는 항상 시인들의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보들레르는 거리에서 전단을 뿌리고, 랭보는 파리로 달려가며, 프레베르는 공장에서 연극을 합니다. 요컨대 텍스트의 원리주의에 맞서서 투쟁을 벌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봉기의 결과물은 보통선거와 유급휴가제도 같은 법적인 표상, 다시 말해 텍스트로 회수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혁명 혹은 봉기는 문학과 함께 불가피하다고도 할 수 있지요.(153~154쪽)

    혁명은 역시 유럽에서 생긴 개념입니다. 가장 최초의 혁명은 12세기에 일어난 중세 해석자혁명입니다. 실은 그것도 6세기의 유스티아누스 대제가 제정한, 제정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로마법대전'으로 돌아가라는 운동이었습니다. 600년을 되감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근대가 탄생했습니다. 그러한 '회귀'가 말하자면 '옛것과의 새로운 관계'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것, 참신한 것을 창조한다는 뜻입니다. (245쪽)

    책 속으로

    실제로 힙합이 탄생한 장소는 당국이 관리하는 철저히 인공적으로 조성된 환경이었습니다. 유색 인종들이 가난에 찌들어 살도록, 그러나 마약에 빠져 서로 싸우는 자유만은 주어진 듯이 통제된 환경. 그러나 거기에서 무엇이 탄생했습니까? 놀랍도록 혁신적인 세계문화global culture, 힙합이 탄생했습니다. 아무리 관리된 환경에서도 난생처음 듣는, 권력을 전복시키는 목소리들은 반드시 들려옵니다. 그편에 서기로 했죠, 더 재미있으니까. (220쪽)

    사사키 아타루 지음 | 김소운 옮김 | 여문책 | 292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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