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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건 장편소설 '공기 도미노'



책/학술

    최영건 장편소설 '공기 도미노'

    정영수 소설집 '애호가들', 조완선 소설 '코뿔소를 보여주마', '모닝스타'

     

    최영건 작가의 장편소설 '공기 도미노'는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계층, 서로 다른 성별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불화와 반목을 세밀화처럼 근접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타인을 지배하려 들고 누군가는 그 지배에 기꺼이 종속되고자 하며 누군가는 그 속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발악한다.

    매사에 유약하고 소심한 성격의 연주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운영하는 카페뿐 아니라 그녀의 인생마저도 할머니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것만 빼면 평범해 보이는 인생이다. 할머니와 재혼할 예정인 할아버지를 할머니의 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방문한 집에서 연주는 서로를 깊이 반목하는 가정을 목격한다. 불화는 소설의 동심원을 그리듯 퍼져 나간다. 연주와 할머니의 불화, 연주와 애인의 불화, 연주와 아르바이트생의 불화…… 갈등은 폭발적으로 증폭하다 연주의 체념으로 힘없이 봉합된다. 번번이 체념을 거듭하는 연주는 점차 스스로가 세계로부터 소외되고 있음을, 타인의 감정 사이에서 소진되고 있음을 느낀다. 한편 그녀와 한발 떨어진 관계에 있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타인과 충돌하며 상처받고 상처 주기를 계속한다. 이 비극의 연쇄에 끝이 있을까? 도미노가 쓰러지듯 인물과 인물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서 불현 듯 멈춰 선다.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0쪽 | 13,000원

     

    정영수의 소설집 '애호가들'에는 등단작 '레바논의 밤'과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로 선정된 '애호가들'을 포함해 8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소설집 '애호가들'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삶이란 “모두 기나긴 지루함에 포섭”된 채 견디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애호가들'에서 이런 일상의 지루함은 인물이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정확하고도 예민하게 드러나며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접속법 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한 학기에 책 한권도 성실하게 읽지 않는, 형편없으면서도 성의까지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인물(「애호가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적 병증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해 받아온 약을 매일 먹고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밖에도 나가지 않은 채 외주 편집일을 하는 인물(「하나의 미래」), 하루 종일 초록불이 들어오면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작업만을 반복하고 일상의 변화라고는 일주일을 주기로 바뀌는 사내 식당의 반찬뿐인 인물(「특히나 영원에 가까운 것들」) 등 작가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인물들이 겪는 지루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또한 '애호가들'은 지긋지긋한 세계와의 불화를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결의 재미를 자아낸다. 대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피해자로서의 ‘나’를 동시에 가해자의 위치에 놓으며 “풍자의 시선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넘어 풍자된 세계 자체를 체험”하게끔 한다거나(「애호가들」), 친구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듣고서도 상식적인 감정 교류에 미숙한 주인공을 내세워 “결정적으로 특별하다고 여긴 사건의 유일무이함에 대해서 의심”하도록(「지평선에 닿기」) 한다. 이처럼 『애호가들』은 단순한 풍자를 사용하거나 상식적인 감정선을 따라가지도 않으면서, 이 사건들을 독특한 리듬으로 배치하며 “삶의 무미건조함과 지긋지긋함을 반전시키기보다는 반사”시켜, “엉망인 세계를 구조적인 모양으로 덩어리째 토해놓”(해설)는다.

    정영수 지음 | 창비 | 232쪽 | 12,000원

     

    조완선 작가의 장편소설 '코뿔소를 보여주마'는 1986년 공안 정국 당시 일어난 ‘샛별회 사건’과 그로부터 26년 뒤인 2012년에 벌어지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복수극을 다룬 작품이다.

    어느 날 공안부 검사 출신의 늙은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되고 알몸의 그를 담은 엽기적인 동영상이 배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육 척이 넘는 거구에 낚시광, 후배 수사관들을 잘 챙겨주는 잔정 많은 베테랑 경찰 반장 두식은 이 사건이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 안양 여대생 살인사건을 해결한 범죄심리학 교수 수연과 수사팀을 이뤄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기에 이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검사 준혁과 구린 냄새를 맡는 데 선수인 수도일보 8년차 기자 형진이 합류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장기국을 납치한 범인은 지옥의 신을 뜻하는 ‘카론’이라는 아이디로 동영상을 보내고,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이다. … 권력을 가진 자들은 백성들을 모질게 부리기만 할 뿐 백성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박지원의 '허생전'을 인용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뒤이어 진보 인사의 정치 생활에 치명상을 입히기로 유명한 보수 신문의 유력 시사평론가 백민찬이 실종되는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이집트 사자의 신을 뜻하는 ‘아누비스’라는 아이디로 “고문을 하거나 고문을 지시하는 자에게 고문의 무시무시한 맛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온다.

    실종 피해자들의 면면을 살피던 수사팀은 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이내 사건의 실마리가 1986년 공안 정국 당시 반국가 단체를 결성했다는 혐의로 지목되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세 명의 피해자와 관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건을 캐면 캘수록 두식, 수연, 준혁은 저마다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평범한 노점상인이었던 아버지가 사복경찰 백골단의 곤봉에 맞아 죽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두식,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대학 시절 가슴 깊이 사랑했던 황 선배의 죽음을 기억하는 수연, 그리고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과 어머니의 자살로 외롭게 친척집을 떠돌며 살았던 준혁.
    “복수는 정의를 빙자해 짜릿한 전율을 원하는 대중의 금지된 욕망”일 뿐이라고 냉소했던 이성적인 범죄심리학자 수연조차 1980년대 일어난 용공 조작 사건들과 남영동 대공분실의 잔혹한 고문 사실을 목도하고 혀를 내두르면서 점점 범인들의 복수에 동화되어 간다. 여기에 범인들의 조력자로 추정되는 비밀스러운 인물 ‘비오 신부’가 등장하고, 범인들이 남긴 단편소설 「코뿔소」 연작이 발견되면서 수사팀은 점점 미궁의 늪에 빠지는데…….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468쪽 | 14,800원

     

    '레드 라이징' 3부작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편인 '모닝 스타'(전2권)가 출간되었다. ‘골드’와 ‘레드’ 등 계급이 나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최하위 계급으로 태어난 한 소년이 혁명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내어 많은 찬사를 받았다.

    '모닝 스타'에서는 전쟁이 전 태양계로 확장되면서 벌어지는 함선 간의 전투 장면들이 압권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 권력, 차별 등의 문제는 현재 인류가 살고 있는 사회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번 마지막 권에서 작가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에 주목함으로써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고 자신의 정의를 실천해 나가는 인간의 위대함을 그려낸다.

    '골든 선'의 마지막에서 자칼의 손에 붙들린 대로우는 배에는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관이 꽂히고 발가벗겨진 채로 쇠사슬에 묶인 채 상자 속에 갇혀 몇 달을 고문당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화성의 대총독 자리에 오른 자칼은 대로우의 귀에 가족들의 목숨을 대가로 살아남으라고 악마처럼 속살거린다. 수십 번이나 자살을 결심하지만 실행하지 못한 채 어둠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중, 자칼에게 아자와 카시우스가 찾아와 대로우의 신병을 약속대로 루나의 군주에게 넘길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틈타 ‘아레스의 아들들’은 대로우를 구출할 작전을 세우는데……. 망가질 대로 망가진 대로우는 과연 다시 영웅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대로우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진 지금에 와서도, 그의 동맹들은 여전히 진실된 친구로서 그의 곁에 남을 것인가? 골드에 대항하는 그의 혁명에도 기회가 찾아올 것인가? 골드 친구들에 대한 충성심과 로우컬러들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임무 사이에서 방황하던 대로우의 어깨 위에 이제 전 태양계의 운명의 무게가 드리워진다.

    피어스 브라운 지음 |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1권 556쪽, 2권 520쪽 | 각권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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