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지금 우리가 원하는'은 이순신의 삶 가운데 특별히 뛰어난 지혜와 리더십을 발휘한 일화를 주로 소개한다. 병법서와 전쟁사를 다룬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며 선인들의 지혜를 활용한 이순신은 자신보다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늘 귀를 기울였다.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백성들에게서 물길이나 물때에 관해 듣고 이를 꼼꼼히 기록한 뒤 현장을 확인하며 전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 같은 이순신의 소통형 리더십을 대표적으로 잘 드러내는 것이 그의 서재 '운주당'이다. 유성룡의 '징비록'에 따르면, 이순신은 한산도에 머물 때 운주당이라는 서재를 지어 장수들은 물론 계급이 낮은 군졸들까지도 마음대로 드나들며 자신에게 무엇이든 건의할 수 있게 했다. 또 그는 임금에게 올리는 장계에도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전사하거나 다친 모든 사람의 이름과 소속을 기록했다. 이순신은 군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군량과 무기를 만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군에게 물고기를 잡고, 소금을 생산하며, 질그릇을 굽게 했다. 이처럼 공정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앞장서서 현장을 뛰며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지 않고 받아들여 전투를 성공으로 이끈 이순신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순신은 뛰어난 리더인 동시에 평범한 인간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을 잃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모습, 삶과 전쟁을 근심하느라 잠 못 이루는 모습에서 강함 뒤에 숨겨져 있던 그의 고뇌와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순신에 대해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도 다룬다. 이순신과 유성룡의 관계, 조선 전투함과 일본 전투함의 차이, 조선 수군이 사용한 무기, 이순신이 부하들에게 포상한 방법, 명량대첩에 실제 출전한 배의 수, 이순신의 죽음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이순신의 삶을 훨씬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으로이순신은 아산에서 3년 동안 시묘를 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은혜를 되새겼다. 그리고 이 시기를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고닦는 시간으로 삼았다. 이순신은 시련의 시간에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지혜를 키웠다. 《난중일기》에는 이 시기 그의 곁을 채웠던 책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후 이순신의 삶에서 미루어 보자면, 이 3년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많은 책을 다시 읽고 정리하며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순신은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바꾸었다.
― p.63 [2부. 무인의 길 위에서] 중에서
거북선 건조는 나대용이 나주에 다녀온 즉시 착수되었다. 거북선은 일본과의 전쟁을 대비하고자 고심한 결과물이며, 세계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건조 과제였다. 또 이순신은 건축 기술이 뛰어나고 과학기술에 탁월했던 군관 이봉수를 시켜 좌수영과 돌산도 사이에 쇠사슬을 설치했다. 좌수영 포구로 들어오는 일본 전선을 바다에서부터 가로막기 위한 계획이었다.
― p.111 [3부. 세상과 역사의 부름에 나서다] 중에서
이순신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의 내용도 특별했다. 이순신은 임금이 읽을 장계에 싸움에서 전사하거나 다친 모든 사람의 이름과 소속을 기록했다. "……정병 김맛산, 양반집 노비 배귀실, 관청 노비 난성, 사공이며 토병 박고산……" 등 양인과 양반은 물론이고 양반집 노비, 관청의 노비, 승려까지, 전투에 참가한 사람이면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 이름과 소속을 적어 조정에 보고했다.
― p.151 [4부. 전란의 소용돌이] 중에서
"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간곡히 아룁니다. 지난 임진년(1592년)부터 5~6년 동안, 일본군은 감히 전라도와 충청도를 곧바로 침범하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은 우리 조선 수군이 바닷길을 철저히 막았기 때문입니다. 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과 조선 수군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신과 우리 수군은 목숨을 걸고 죽을힘을 다해 일본군과 싸울 것입니다. 신과 우리 수군은 걱정하시는 것과 달리 오히려 적을 물리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 p.212 [5부. 낮은 자리도 마다하지 않은 영웅] 중에서
"막내아들 면이 전사한 것을 마음속으로 알았다.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졌다. 목 놓아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하늘이 어찌 이리도 매정할 수 있는가! 간담이 타고 찢어졌다. 타고 찢어졌다."
― pp.252-253 [6부. 하늘이 내린 지도력] 중에서
'한 번 죽는 것이 무엇이 아깝겠습니까(일사불족석一死不足惜)? 저는 죽는 것을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죽는 것을 슬퍼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제 명은 오직 하늘이 결정할 뿐입니다. 저는 그 결정에 따를 뿐입니다.
진 도독도, 황제도 저는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또 죽을 때가 되어 죽는다면 그뿐입니다. 저는 이 나라의 대장입니다. 저는 대장으로 적을 버리고 결코 우리나라 사람을 죽일 수 없습니다(아위대장 결불가사적이살아인야我爲大將 ?不可舍賊而殺我人也)."
― pp.272-273 [7부. 하늘로 올라간 군신] 중에서
박종평 지음 | 꿈결 | 296쪽 | 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