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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책/학술

    프랑스 소설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자아의 8가지 그림자' 등 신간 2권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프랑스 작가 나탈리 아줄레가 라신의 희곡 '베레니스'를 현대 소설로 다시 쓴 것이다. 21세기의 베레니스는 라신의 작품을 찾아 읽고 그의 삶을 들춰보며 실연의 고통을 위로받는다.

    로마제국의 열 번째 황제 티투스(39∼81)는 유대왕국과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황제 자리에 올랐다. 유대 공주 베레니스를 사랑했으나 로마 시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버렸다. 17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 라신의 희곡 '베레니스'는 버림받은 여자의 고통을 예리하게 묘사했다.

    ◇ 책 속으로

    그녀는 떠나려 하고, 그는 붙잡는다. 너무도 사랑한 여자의 눈물을 마지막으로 닦아주며 티투스는 말한다. 내가 무슨 괴물이 된 거지? 그러나 그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고, 그래서 그녀를 떠난다. p9

    그녀는 분노, 버림받은 느낌, 긴장감 같은, 자신의 굴곡진 기분과 어울리는 시구를 언제나 찾아낸다. 그리고 대화 속에 인용 구절을 집어넣을 때 생겨나는 진지함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라신은 사랑의 슬픔을 파는 슈퍼마켓이다. p13

    그는 그 시구를 거듭 읊조린다. “그녀를 관통한 상처가 그녀 가슴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낸다. 그녀를 관통한 상처가 그녀 가슴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낸다.” 장은 애가의 비탈을 오르며 이제 막 처음으로 단숨에 열두 걸음을 내디뎠다. p46

    나무들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여곡절과 상황에 따라 그가 아무리 달라져도, 습관이 바뀌고 우정이 바뀌어도, 그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것은 분명 끝까지 초석처럼,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는 담보처럼 머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p109

    청년의 파란만장하고 방탕한 생활에 관한 단락을 완전히 삭제했다. 베레니스와 헤어지는 것이 마치 행실을 고친 결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은 그렇게 뒤죽박죽이 되는 것을, 도덕적인 포장을 원치 않는다. 그는 사랑의 생생한 살갗을 베는 순수하고 혹독한 이별을 원한다. p175

    "티투스는 죽어가고 있어요. 이제 오래 살지 못해요. 기껏해야 며칠 정도. 그가 당신의 이름을 웅얼거리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그의 곁을 찾아줄 수 없을까요……." 그녀는 끝까지 읽지 않고 바로 메시지를 지운다. p180

    만약 두 성이 서로를 잘 안다면, 각 성이 잠깐이라도 상대 성의 입장에 서볼 수만 있다면, 이렇게 많은 비극과 불행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비극 작품도 없겠지요. 이건 안타까운 일이겠군요. 아마도 그대가 남녀 사이의 오해를 걷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p204

    전체 줄거리는 두 개의 중요한 고백 위에 세워질 것이다. 첫 번째는 절친한 여자 친구에게 털어놓는 고백이고, 두 번째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하는 고백이다. 그렇다. 고백과 고백이 거의 폭포처럼 쏟아진다. 1막과 2막의 같은 장소에서. 게다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이폴리트의 고백도 있다. p230

    이곳에서 세상은 한 권의 책이야. 수세기에 걸쳐 대리석에 새겨져 단 한 줄도 지워지지 않을 책. 이날 그는 출구 쪽으로 돌아가면서 무릎을 꿇고 백 개의 계단을 기어오른다. 그가 자주 보았던, 고행하는 수녀들이 했던 것처럼. 그는 더 이상 울음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상처 때문에 며칠 동안 걷지 못한다. p263

    사랑의 슬픔에서 회복되려면 1년이 필요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진실을 무디게 만드는 온갖 진부한 말들도 한다. p297

    나탈리 아줄레 지음 |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304쪽 | 1만5000원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는 인도 출신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정신질환 증상을 통해 '자아'(自我)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알츠하이머와 조현병, 유체이탈 경험 등 비교적 알려진 정신질환부터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코타르 증후군', 팔과 다리 등 신체의 일부를 낯설게 느끼며 이를 절단하고 싶어하는 '신체통합정체성장애', 자신을 낯설게 느끼는 '이인증', 발작하는 동안 황홀감을 느끼는 '황홀경 간질'까지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질병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 나간다.

    책 속으로

    코타르증후군 역시 수수께끼다. 메칭거는 코타르증후군으로 고통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면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장애의 '현상학phenomenology'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은 그저 자신이 죽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진술합니다." 명백히 살아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것은 분명 코타르증후군 현상학의 일부다.
    (중략) 데카르트의 이름을 딴 대학에서 쥘 코타르를 연구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타르의 이름을 딴 이 망상은 과연 데카르트의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코타르증후군 환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까? _1장.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요양원은 뒷마당에 나무가 가득하고 앞으로는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앨런은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멀리까지 운전해오면서 미카엘레가 앨런에게 물었다. "거기서 지내는 거 괜찮을까?" 놀랍게도 앨런은 이렇게 답했다. "좋을 것 같아. 좋을 거야." 대답을 너무 분명하게 해서 미카엘레는 곧바로 죄책감을 느꼈다. "오, 앨런, 나는 끔찍해. 당신이 정말 그리울 거야. 이런 결정 내리는 거 정말 힘들어. 하지만 나 혼자 당신을 돌보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 미카엘레가 이렇게 말하자 앨런은 대답했다.
    "괜찮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항상 함께일 거야."
    "그 말에 나는 정말 놀랐어요. 나와 소통하는 능력이 너무나 또렷해서 경이로웠죠. 그는 곧 다시 조용해졌어요. 하지만 나는 그날 그가 나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앨런은 요양원에서 2주를 보낸 뒤 세상을 떠났다 _2장. 누가 '나'의 이야기를 방해하는가

    시간이 흐를수록 패트릭은 다리에 대한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어떻게 이 다리를 없애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지? 다리를 없애다가 죽고 싶진 않아." 절단된 사람의 사진뿐 아니라 더 나쁘게는 길거리에서 절단된 사람을 봐도 감정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냥 미치겠더라고요. 한번 보면 며칠 동안 어떻게 하면 내 다리를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는 불안을 못 이겨 신과 흥정했고 악마와 협정을 맺었다. "내 다리를 가져가서 누군가를 구해주세요." 그는 애원했다. 그렇게 45년 동안을 고통받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다.
    (중략) 마침내 그들은 만났다. 그 워너비는 패트릭에게 절단을 갈구하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해주었다. 패트릭은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오 세상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 나는 미친 게 아니었어."
    _3장. 한쪽 다리를 버리고 싶었던 남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 변지영 옮김 | 더퀘스트 | 360쪽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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