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는 섭섭한 얘기겠지만 이번 대선과는 인연이 없을 것 같다.
대통령 당선 확률에서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중반전에 들어섰는데도 여전히 바닥을 헤매는 한 자릿수 낮은 지지율이 문제다. TV토론은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다.
그렇다면 낮은 지지율은 오로지 유승민 후보 개인의 탓인가? 아니다. 상대적이다.
다섯 개 주요 정당 후보들이 출마한 다자구도, 돌출변수에 따라 민심이 쏠리는 경향,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수층 분열, 바른정당의 지지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물론 유승민 후보가 낮은 지지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일 득표율 15%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거비용을 보전 받지 못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진보정부 출범만 도와준 꼴이 됐다는 보수층의 비난과 원성이 쏟아질 수 있다.
유승민 후보가 용퇴를 결단하면 이른바 '먹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63억 3900만 원의 선거자금을 챙길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자당(自黨) 대선후보를 끌어내리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유승민 후보는 대선 완주 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의 모습이다. 핵심 요체는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거취 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런데 결국 바른정당내 김무성계가 '낮은 지지율'을 문제 삼아 유승민 끌어내리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의원총회를 진행한 뒤 '반(反) 문재인' 연대를 기치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3자 단일화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는 의총의 결과와는 달리 3자 단일화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정치인에 의한 인위적 단일화는 없다"며 거부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당장 김무성계는 '심야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바른정당의 내홍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진짜보수', '개혁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의 창당 초심은 '깨끗한 정치, 따뜻하고 공정한 정치'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를 패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구(舊)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른정당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거취 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런데 바른정당이 유승민을 끌어내리려 자유한국당과 '묻지마 연대'를 추진키로 한 것은 창당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짜보수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진짜 보수(保守)의 생명은 소신과 원칙이다. 선거전이 한창인데 대선 이후의 실리만을 챙기려는 바른정당의 조급함은 '보수(保守)에 대한 보수(補修)'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가 분열됐다고 하지만 바른정당은 바른 길,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 그래야 설령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