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거취 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바른정당 김무성 상임중앙선대위원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대통령 선거를 독자적으로 완주하느냐, 자유한국당‧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라는 샛길로 새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유 후보의 정치 이력에선 세 번째 찾아온 위기 상황이다. 1차 위기는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재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혔을 때였고, 두 번째는 이듬해 4월 총선에 앞서 본인과 측근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던 상황이었다.
3라운드인 셈인 이번엔 앞선 사례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두 차례의 위기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親朴) 등 집권 세력 혹은 권력자에 의한 핍박이었다면, 현재 단일화 압박을 가하고 있는 세력은 함께 새누리당 탈당을 감행했던 김무성 의원과 그의 측근의원들이다.
위기상황마다 유 후보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원내대표 재임 당시 청와대의 반감을 샀던 이유는 당시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국회법 중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는 조항을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유 후보가 야당의 요구조건을 들어준 이유는 공무원연금개혁 관련 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야당은 ‘세월호법’과 관련된 행정명령을 수정하기 위해 협상안을 내밀었다.
19대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7일 오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거리 유세 중 외국인 관광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면 돌파의 방식은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는 대신 박 전 대통령의 사임 압박을 ‘위헌’으로 규정한 반격을 가한 것이었다. 그는 사임을 거부했던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의 취지를 위배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항변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결과 유 후보와 측근 의원 대부분이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는 두 번째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당시에도 탈당을 감행하는 ‘직진’을 선택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직 의원은 “김무성 당시 대표의 회유가 있었다. 불출마하거나 지역구를 옮겨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라는 타협책을 제시했었다”고 회고했다. 공천권을 일부 쥐고 있었던 김 의원이 유 후보의 정치적 몸집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친박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공천에서 배제됐던 인사들의 의혹이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떤 종류의 회유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 후보는 이번에도 타협 없이 명분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5일 측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운데)와 김무성 상임중앙선대위원장(왼쪽), 주호영 원내대표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선 바른정당 안팎에선 그간 전략적 제휴와 반목을 반복해왔던 유 후보와 김 의원 간 관계에 있어 “기어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두 사람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얘기다.
유 후보 측엔 김 의원이 친박의 원내대표 사임 압박과 공천 배제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결과 매번 상황이 악화됐다는 불신이 쌓여 있다. 때문에 사실상의 후보 사퇴 요구로 해석되는 단일화 압박을 계기로 두 사람의 ‘결별’ 가능성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 후보의 한 측근 인사는 김 의원의 측근인 이진복‧장제원 의원 등이 후보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하겠다는 발언을 한 뒤 한때 김 의원 자신의 탈당설(說)이 나돌자, “탈당이 오히려 순도 높은 보수 개혁 세력 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