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타실 시계는 10시 17분 12초에 멈춰있었다.
침몰 원인 파악을 위한 핵심 단서가 몰려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조타실 내부가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침로기록장치(코스레코더) 확보를 위해 인양 후 처음으로 조타실에 진입해 찍은 사진을 통해서다.
선조위 권영빈·김철승 위원은 26일 오전 10시 25분께 세월호 4층 좌현 선수 부분 진출입로를 이용해 선내에 진입했다.
선조위원들은 미리 설치한 비계(가설 사다리), 발판 등을 이용해 힘겹게 5층 조타실에 들어섰다.
채증 사진에 드러난 조타실은 포화를 맞은 것처럼 곳곳이 녹슬고 부서져 참혹했다.
선조위원들이 들어선 조타실 내부에서는 10시 17분 12초에 멈춰선 벽시계가 걸려있었다.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배가 기울고 있어요"라는 전남소방본부 상황실 첫 신고 이후 약 3시간 만인 오전 11시 50분께 선수 부분까지 물에 잠겨 완전히 침몰했다.
멈춰선 조타실 벽시계가 가리킨 '10시 17분 12'초는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서 배가 108도가량 기울어 급속도로 침몰하기 시작한 '10시 17분 06초'와 근접한 시간대다.
다만 조타실 시계가 멈춘 날짜가 언제인지, 오전 또는 오후인지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써는 없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본선 시계는 전기로 작동되므로 시계가 멈춘 시각은 시계에 전기 공급이 멈춘 시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타기, 무전기, 통신장비 등 시설물은 침몰 전과 다름없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검붉게 녹슨 모습은 마치 수십 년 전 군수 장비를 떠올리게 했다.
항해사, 조타수 등이 머물렀을 조타실 벽면 책꽂이에는 선박 운항 매뉴얼 등으로 추정되는 책자들이 손으로 잡으면 바스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조타실 중앙에서 좌현 방향 침몰기록장치가 있던 자리에는 1.5m 높이로 온갖 지장물이 쌓여 있었다.
테이블이 뒤집혀 부러진 다리를 보이는가 하면 3년간 해저에 있는 동안 배 안으로 들어온 진흙, 선내 구조물이 켜켜이 쌓였다.
선조위원들은 기존 도면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침몰기록장치가 온전히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었지만 잔뜩 쌓인 지장물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침몰기록장치는 세월호가 '몸으로 느낀' 침로를 자체적으로 기록하는 장치로 침몰 당시 급변침 등 원인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오후 1시부터 지장물을 제거해가며 침몰기록장치가 있는지, 있다면 상태가 어떤지 확인한다.
선조위는 위치가 확인되면 전문업체에 수거를 의뢰할 방침이다. 수거된 침몰기록장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넘겨져 복원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