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부터 검토해 오던 '지주사 전환계획'을 돌연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사 전환검토를 공식발표한 것은 지난해 말이지만 내부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이미 여러해 전이고 지주사 전환이 '삼성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의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말부터 검토해 왔던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다고 결정했다.
표면적인 포기 이유는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삼성전자의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으로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첫번째로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한데,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게 이유다.
이런 일을 조정하고 총괄할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황이고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특히 금산법과 보험업법 규정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이유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12%를 시장에 내놓을 경우 물량이 늘어나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여기다 국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어렵게 하는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도 중요한 변수였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전환할때 분리전 회사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 지배구조 개선에 활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이 법들의 골자이다.
삼성전자를 이를 의식했는지 이날 이사회에서 자사주 13% 전량 소각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 개선에 활용할 거라는 의심의 싹을 자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날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한 질문이 잇따랐다.
삼성전자 IR본부장인 이명진 전무는 "지주사 전환을 결정해도 금방 되는것이 아니고 결의후 완료까지 5개월에서 1년 이상 된다"면서 "그 기간동안 언제든지 법이 시행가능한 리스크 있다"고 밝혔다.
차기정부 등에서 규제를 개혁해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 전무는 "향후에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면서 "순환출자는 계열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최소화 방안을 찾아 전부 해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번 결정은 과거와 달리 지난해말 제시한 요청에 따라 진행됐고 이번에는 단순한 지배구조만이 아니라 실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운영문제나 재무, 세제 등에 대해 검토한 결과이고 외부전문가 참여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또 "이번 결정은 구속 중이지만 등기임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보고 됐다'면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이해득실과 사회법률적인 분위기,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