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자료사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을 하고 있는 중국 업체 더블스타에게 '금호'라는 상표권의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박 회장은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소유인 '금호'상표권의 사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블스타와의 인수계약은 자연스레 무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상표권 불허 입장을 밝혔다.
이는 박 회장이 상표권 문제를 통해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협상을 지연시키면서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무산될 경우 재인수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의도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금호타이어 상표권 협의요청이 오면 '협의'를 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상표권 협의 요청이 오면 협의를 할 것이고 여기서 조건 합의가 안 될 경우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 측은 이어 "상표권 소유자인 금호산업의 허락 없이 상표권을 최대 20년까지 현행 요율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지는 더블스타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한 조건은 비상식적인 계약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연간 매출액의 0.2%, 약 60억 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하고, 매년 1년 단위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갱신해왔는데, 더블스타는 금호 타이어라는 상표를 2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상황이다.
금호측은 이처럼 상표권 사용기간과 사용 요율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협의를 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혔지만, 실제 타결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 불허 입장을 밝힌 만큼, 앞으로 협의가 이뤄져도 더블스타가 상표권 사용기간과 사용요율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호그룹과 채권단간에 이뤄질 상표권 협의는 사실상 상표권 사용을 불허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박 회장이 연간 60억 원이나 되는 상표권 사용료를 포기할 경우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최근 이사회에서 상표권 사용계약을 연장하면서 "계약 기간에 해지 또는 변경 등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더블스타에게 상표권 사용을 할 수 없도록 한다고 해도 이는 박 회장 개인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판단이라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사전 대비책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이 최근 금호타이어 우선 매수권 행사를 포기한다고 했지만,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매각 협상이 최장 5개월 내에 완료되지 못하면, 우선 매수권은 다시 부활한다.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매수의 기회가 다시 오는 것이다.
따라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우선 매수의 기회를 다시 잡기 위해 금호타이어 상표권 협의를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매각 협상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편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은 "이미 25일 금호산업과 상표권 사용문제를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대응해줄 것으로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금호타이어에 보냈다"면서 "절차대로 금호산업과 성실하게 상표권 사용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