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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사드 청구서…차기 대통령과 수싸움 시작됐다

미국/중남미

    트럼프의 사드 청구서…차기 대통령과 수싸움 시작됐다

    • 2017-04-28 13:51

    자중지란 빠뜨리는 전형적 트럼프식 협상 전략... 차기 대통령 시급 과제로 떠올라

    사진=미 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폭탄발언을 했다. 사드 비용은 한국이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이미 한국 측에 이를 통보했다는 것.

    한국은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을 감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1조원)을 훌쩍 넘는 돈을 추가로 치러야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는 10억 달러짜리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또는 사드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주계약자로 가격은 대략 12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1조4천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우리나라가 연간 미군 주둔비용으로 지출하는 예산(대략 1조원)보다 더 많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차기 대통령에게 사드 비용 청구서를 내밀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협상카드로는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에 익명의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한반도 내 다른 무기체계와 마찬가지로 사드 또한 미국의 화력으로 보유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사드를 보유하고, 유지하며, 재배치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의 사드 비용 관련 발언은 일단 폭탄발언을 던져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린 뒤, 다른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해 이익을 챙기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미군이 지불할 사드 비용이지만 이를 떠넘기는 척 하면서, 주한미군 분담금이나 무기 수입 등 다른 쪽으로 이득을 얻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미FTA에 대한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힐러리가 만든 끔찍한 협정”이라면서 “재협상을 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재협상 또는 폐기 선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곧(very soon) 선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위스콘신 주(州)의 한 공장을 현장 방문해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폐지할 것이라고 발언한데 이어, 전날에는 캐나다를 맹비난하며 나프타 탈퇴 행정명령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나프타는 폐기하지 않으며 신속히 재협상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미 국무부 외교관 출신이자 미 하원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데니스 할핀 미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미국의 조용한 이웃’인 캐나다도 트럼프의 비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트럼프는 나프타를 폐기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20여 시간만에 다시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가면서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발언의 내용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할핀 연구원은 “(트럼프 발언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캐나다 트뤼도 총리의 대응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나 멕시코 장벽 건설, 오바마케어 폐지 등 취임 후 100일간 이뤄내겠다고 공언한 자신의 주요 공약사항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대북 정책을 비롯해 어디서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단 분명한 것은 과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할 수 있다는 제스처로 중국에 쇼크를 준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사드 비용 등 자신의 발언을 협상 카드로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곧 선출될 차기 대통령에게 있어 트럼프와의 협상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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