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자본이 대량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대신 국제금융시장과 신흥국 경제의 불안이 외국인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예상대로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올리더라도 적어도 자본유출 우려로 인해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2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돼도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자본의 유출입은 단지 금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선진국과의 성장률 격차 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 199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자본유출사례를 분석한 결과 내외금리차의 축소나 역전이 미친 영향은 명확하지 않았다.
1997~1999년을 1차, 2008~2009년을 2차, 2015~2016년을 3차로 나눠 분석해 보면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 역전이 자본 유출로 연결된 경우는 2차가 유일했다.
내외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외국인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된 기간도 있었다.
내외금리차보다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국내경제의 취약성 등이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1차의 경우 아시아 외환위기, 2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3차는 중국과 자원수출국의 경제불안이 자금 유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앞으로 내외금리차 역전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그 폭도 크지 않아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금리차에 비교적 영향을 많이 받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경우도 최근 장기투자 성향의 공공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 또한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한은은 향후 외국자본의 대량 유출 위험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이 받는 충격이 취약한 경제 체력으로 인해 우리나라로 전이돼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