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면 흔히 25평 소형, 34평 중형, 이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를 떠올리기가 십상였다. 특히 이 중 34평 중형 아파트는 이른바 중산층으로 자리 잡는 표상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정형화된 아파트 평면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전용면적 59㎡ 소형 아파트, 85㎡ 중형 아파트, 114㎡ 대형 아파트처럼 규격화된 틀 사이로 틈새 아파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도 아니고 중대형 아파트도 아닌 전용면적 60㎡와 84㎡사이의 준중형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평면의 아파트가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파트 평면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공급된 준중형 틈새평형(전용 60~84㎡) 가구 수는 9만 2088가구인데, 이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공급된 가구 수(9만 7556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준중형 틈새평형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해당 타입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이다. 4월까지 새로 분양된 아파트 7만 9510 가구 중 4만 6370 가구, 즉 38%가 준중형 아파트이다.
SK건설 등이 지난 3월 분양한 '안산 라프리모'는 전용 면적 74㎡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수준인 675가구나 됐고, 현대산업개발의 '동탄호수공원 아이파크'는 74㎡가 전체의 62% 수준인 480가구에 달했다.
GS건설이 분양 중인 '오산시티자이 2차'의 경우 전체 1090 가구 중 73㎡가 304 가구로 구성됐고, 5월 대선 이후 분양할 김포 한강 메트로자이와 안산 그랑시티자이 2차에도 틈새평형인 74㎡를 각각 830가구와 135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틈새 아파트의 선전이 눈에 뛴다. 지난해 평균 306.6대 1의 경쟁률로 수도권 최고 기록을 세운 '아크로리버뷰'의 타입별 최고 경쟁률은 488대 1을 기록한 전용면적 78.5㎡이었다.
부산에서 지난해 5월 분양한 '해운대 더샵 센텀그린' 역시 72㎡ 타입이 107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70㎡대의 준중형 아파트가 확산되는 데는 아파트 가격 상승과 인구 감소라는 최근 현실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에서 건설사로서는 분양 성공을 위해 수요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
준중형 아파트는 대체로 70㎡대의 면적으로 중형 아파트처럼 방 세 칸에 화장실 2개가 다 있다. 다른 것은 중형 아파트에 비해 좁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면적이 좁으니 중형보다 분양가는 낮아진다. 서울에서는 보통 7000만 원가량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중형 아파트에 비해 좁다고 해도 발코니를 활용하는 평면특화 설계로 추가 면적을 3,4평 더 확보할 수 있으니 과거에 비해 그렇게 좁은 것도 아니다.
GS건설 이성우 과장은 "준중형 틈새평형의 경우 소형보다 여유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으면서, 중형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추고 있다는 특장점을 가진다"며 "특화설계, 서비스면적 등의 적용이 수월한 데다 금액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 만큼, 집을 넓히려는 수요자, 다운사이징을 원하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올해도 준중형 틈새평형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인구 감소도 준중형 아파트의 확산에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가 2.53명(2015년 통계청 통계)으로 집계되는 등 2,3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과거 중대형 아파트처럼 넓은 아파트의 필요성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파트 가격 상승과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아파트도 34평의 중형 아파트 대신 30평 전후의 준중형 아파트가 앞으로 대세로 자리를 잡아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