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사진=자료사진)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농업정책은 기대 이하 수준이다. 특히, 전국 109만 농업가구의 최대 관심사안 중 하나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축산과 화훼, 과수농가들은 대선후보들이 표를 의식한 나머지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 줄 수 없는 썰렁한 교실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 김영란법…문재인, 유승민은 구두 약속…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공약 채택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분석한 결과, 농업분야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스마트농업 육성과 쌀값 안정화, 직불금 확대 등 그동안 농업계에서 요구했던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9월28일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공약 채택을 아예 유보하거나 미온적인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은 최근 농업 관련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앞으로 집권하면 김영란법 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구두로 밝혔을 뿐, 공약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측도 김영란법이 농축수산업 분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파악해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고, 공약집에는 넣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농림해양수산 분야 선거공약 마지막 부분에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수산업 지원 대책 마련'이라고 딱 한 줄 넣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측은 청탁금지법 피해 화훼업에 대해 공공조달을 확대하고, 요식업 등 피해가 큰 소상공인에 대해 의제매입 세액공제(농산물 구입가액 중 일정 부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농수산업계가 요구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측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김영란법 기준을 식사비 10만원, 선물 10만원, 경조사비 5만원으로 조정하고, 농․축․수․임산물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약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축산과 과수 등 농업계가 대선 후보들에게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말로는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킬 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선후보들이 일반 유권자들의 눈치만 살피다 보니까 표가 적은 농민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고 전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영란법 직격탄… 가정의 달, 카네이션 소비 역대 최악5월은 가정의 달로 꽃 소비가 많은 시기다. 특히,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끼어있어 카네이션 수요가 많은 달이다.
이렇기 때문에, 카네이션은 4월 말부터 유통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5월 초에 시세가 가장 높게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전국의 카네이션 가격은 15송이 한단에 45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나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aT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작년에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꽃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서 카네이션 공급물량도 20% 이상 줄였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워낙 소비가 없다보니까 가격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승의 날에 제자들이 선생님한테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드리는 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카네이션이 제대로 팔리겠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아예 학교 운영비로 선생님 수에 맞춰서 카네이션을 구입하고 스승의 날에 배달해 달라는 학교가 있다"며 "카네이션이 사치품도 아니고 뇌물도 아닌데 소비자들이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 변화 등을 조사, 분석해 이달 중순쯤 발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가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수산업 분야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법 개정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