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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물류단지에 '화상경마장'이 웬말…마사회의 '무리수'

사건/사고

    김포 물류단지에 '화상경마장'이 웬말…마사회의 '무리수'

    물류단지 입주기업·국토부 '반대', 농림부 '신중'

    화상경마장 설치 반대 투쟁에 나선 김포 물류유통단지 입주기업체 근로자들.

     

    한국마사회가 경인아라뱃길 김포 고촌물류단지에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 설치를 추진해 입주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마사회와 김포시 등에 따르면, S사는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모집공고를 낸지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 김포시의 동의를 받아 고촌물류단지 내 화상경마장 설치 신청서를 마사회에 제출했다.

    김포시는 물류단지 내이긴 하지만 사업부지가 ‘문화 및 집회시설’ 용지여서 화상경마장 설립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동의서를 발급해 줬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이달 중 이사회에서 의결이 되면 7월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종 승인만 남겨두게 된다. 마사회는 최종 승인이 나는대로 장외발매소 건설에 나설 방침인데, 내부적으로 내년 12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마사회 '물류단지내 설치' 무리수…김포시, 세수확대 욕심

    마사회는 전국적으로 30개의 화상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2개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화상경마장 상한을 32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사회가 '물류단지 내 화상경마장 설치'라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화상경마장이 산업단지나 물류단지에 들어선 사례는 없다. 김포시 관계자는 "전국 30개의 화상경마장을 현장 답사했는데, 천안외국인전용산업단지와 2㎞ 정도 떨어진 천안 화상경마장이 가장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물류부지내 4994㎡(약 1500평) 부지에 계획된 김포화상경마장은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화상경마장 설치 반대 투쟁에 나선 김포 물류유통단지 입주기업체 근로자들.

     

    김포시가 화상경마장 설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세수확보를 위해서다. 김포시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 연매출 2~3000억 원에, 김포시에서만 레저세 등으로 매년 25억~30억 원의 세수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 입주기업들, '물류단지에 화상경마장이 웬말'

    물류단지 입주기업들은 최근 마사회 이사회 상정을 앞두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인항 김포 물류단지협의회는 지난달 28일 김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물류단지 내 화상경마장 유치반대' 성명서를 내고 "마사회와 김포시는 국민혈세로 만들어진 경인항 물류단지 내 화상경마장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포물류단지협의회 이명상 사무총장은 "물류단지는 근로자들 위주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지역인데 이곳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 근로자들이 사행성 도박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기업경영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김포물류단지는 24시간 물류작업이 이뤄지는데, 장거리운전 기사들이 가까운 화상경마장에 가서 휴식시간을 활용하게 되면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포물류단지에는 임대업체를 포함해 2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단지내 근로자만 5천여 명에 이르고 2년 내에는 근로자들이 1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왕룡(더불어민주당) 김포시의회 의원은 "김포 화상경마장 설치는 김포의 한복판에 레저를 빙자한 '도박장'을 만들어 서민들의 돈을 빼먹자는 철학부재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포시는 물류단지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고 밀실에서 S 사에 대한 동의서 발급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기업들은 동의서가 발급된지 넉달 뒤인 지난해 11월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이 사무총장은 "동의서가 나간 사실조차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정책결정을 할 때 모든 것을 주민에게 물어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포 물류유통단지 내 화상경마장 예정 부지(SITE 표시된 곳) (사진=정왕룡(더불어민주당) 김포시 의원 제공)

     

    지난달 21일 협의회는 경찰에 오는 20일까지 시청 앞에서의 '김포물류단지 화상경마장 철회 요구' 집회신고를 냈다.

    ◇ 국토부도 '반대의견' 표명…농림부, '신중하게 결정'

    김포 물류단지협의회는 물론 국토교통부까지 화상경마장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19일 김포시에 '물류단지내 화상경마장 설치에 관한 의견 알림'이라는 공문을 보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공문에서 "최근 김포 물류단지내 화상경마장 설치 추진은 물류단지 종사자의 사행심 조장 등으로 인해 물류단지 개발 및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해당 물류단지 관리기관인 입주기업협의회(김포물류단지협의회)에서도 반대하는 상황임을 알려드린다"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상경마장 설치는 물류단지를 개발한 목적에 맞지 않는 만큼 설치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김포시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국민의 세금 2조5000억 원이 투입된 국가개발사업으로 추진됐고, 김포물류단지는 그 배후시설로서 항만물류와 육상물류의 거점 역할을 하는 요충지다.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농림부도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내년 12월 화상경마장 개장설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다 동의가 이뤄지고 아무런 민원이 없다고 해도 다시 검토할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승인)해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을 한도까지 운영하려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민원이 있는데 굳이 한도까지 채워가면서 운영하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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