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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죄책감 들어"…취업준비생 연휴에도 '열공'

사회 일반

    "노는 게 죄책감 들어"…취업준비생 연휴에도 '열공'

    • 2017-05-03 11:12
    도서관·노량진 학원가, 평소와 다름없는 '열공' 모드
    가족 떠난 집에서 공부…자식 보러 '역귀성' 부모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최장 11일에 달하는 징검다리 황금연휴에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며 일상의 휴식을 즐기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의 마음은 속절없이 타들어 간다.

    남들이 마음 편히 놀 때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야 한다는 불안감, 빨리 취직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어우러진 20∼30대 청춘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2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 구립 반포도서관은 오후 2∼3시께 낮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도 4층 열람실은 저마다 수험서를 펼쳐 든 취준생으로 꽉 찼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옥상 정원에서 책을 펼쳐 들었다.

    이서현(26·여)씨는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연휴에 해외 간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을 보면 마냥 부럽다. 연휴에 노는 것이 가족에게 미안해 이곳에 공부하러 왔다"고 말했다.

    영어학원 등이 밀집한 강남역 주변 커피숍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두꺼운 책을 넘겨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커피숍 안쪽 스터디룸에는 면접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서호준(24)씨는 "6월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이번 황금연휴에는 고향인 대구에 가지 못할 것 같다"면서 "답답한 게 싫어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도 7∼8명 남짓한 취준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나 토익 수험서를 올려둔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책장만 넘겼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1인석 여덟 자리는 오후 4시가 되자 모두 찼다. 카페 관계자는 "내일부터 연휴 기간이지만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룸은 예약이 어느 정도 찬 상태"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 역시 연휴와 상관없이 묵묵히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D-○○'를 벗어나 어서 직장인의 '휴무'를 느끼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공시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다들 연휴 좋아하는데 나만 싫다", "5월 연휴 남 이야기네요", "다음 주 너무 연휴네요" 등 긴 연휴를 원망하는 듯한 글도 보였다.

    혹여 긴장감이 풀어질세라 공부 시간을 인증하는 단기 스터디를 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평소 공부하는 도서관이 휴무라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 정보를 구하는 글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학원가가 밀집한 서울 노량진 일대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한 손에 책을, 다른 한 손에는 무릎 담요와 텀블러 등을 들고 학원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경찰공무원 전문학원에 들어서자 복도와 계단마다 수험생들로 가득했다. 열람실이 꽉 차 자리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문밖에 놓인 간이 책상에서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자습했다.

    수험생 신모(25·여)씨는 "학원 5∼6층으로 올라가는 게 소원이다. 면접대비반 전용 교실이기 때문"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3월 발표한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서 떨어졌다.

    신씨는 "다른 사람들이 쉰다고 해서 기분따라 나도 공부를 쉬면 그에 따른 죄책감이 오래간다"면서 연휴 기간에 경기도 성남 집에 갈 거냐는 질문에 "미안해서…"라며 말을 흐렸다.

    지난해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이모(29)씨는 연휴 기간 가족들이 없는 집에서 홀로 공부하기로 했다. 도서관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줄이고 밥값 등도 아끼기 위해서다.

    이씨는 "부모님, 누나는 1박 2일 정도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집에 남아 공부하기로 했다"면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복습하고 기출문제를 푸는 등 계획이 빡빡하다"고 말했다.

    시험 준비에 여념 없는 자식을 보려고 지방에 있는 부모님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임용고사 준비 2년차인 박수진(26·여)씨 역시 부산에 사는 부모님이 '역(逆) 귀성'에 나섰다.

    박씨는 "보통 연휴에는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근교의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는 등 가족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올해는 시험 때문에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작년에 생각보다 시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시험에 떨어질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섭다"면서 벌써부터 친구들과 공부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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