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처 자리를 늘리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의 눈치를 보며 세월호 인양을 늦췄을 가능성을 제기한 SBS 뉴스를 놓고 3일 정치권은 하루 종일 기사의 진위여부와 무관한 공방을 벌였다.
SBS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공세를 계속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오히려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SBS는 전날 보도가 나가고 몇 시간 뒤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이날 오전 사과 방송까지 냈다. 이날 오후까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SBS 보도본부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사과문을 통해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할 계획이었으나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치권은 이번 보도 내용이나 해명 과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이 SNS에 언급하셨던 것처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거나, SBS를 비롯한 언론이 세월호 참사 앞에서 지나친 보도 경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장에서 “세월호 인양 시점을 늦춰 문 후보가 유리한 시점에 인양토록 했다는 SBS 보도는 가히 충격적인 조작”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부모님 상도 3년이면 탈상하는데 문 후보는 아직도 세월호 배지를 달고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탄핵 직후 문 후보가 팽목항을 찾아가 ‘얘들아 고맙다’라고 말한 뜻을 국민들이 이제야 알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후보의 인양 고의지연과 언론탄압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와 검찰고발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문 후보 측 부산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지역 토론회에 참석해 말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 후보와도 몇 번 대화했고 중앙위 정책팀에서 움직이는 것을 볼 때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고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를 근거로 “이는 어젯밤 SBS 보도에 나온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며 “민주당은 ‘문 후보는 해수부 2차관 신설을 약속한 바 없다’더니,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지원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후보, 지금은 진실을 삭제하려 할 때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우리 아이들 앞에 사죄해야 할 때”라며 “진짜로 세월호 인양시기를 문재인 후보 맞춤용으로 조정했다면, 문재인 후보는 대선 후보는커녕, 아버지의 자격도 없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잇단 논평과 언론브리핑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또 SBS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민의당이 오 전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SBS 보도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국민의당이 공개한 동영상은 4월 17일의 영상이고, 세월호의 본 인양 작업이 시작 된 것은 3월 22일, 세월호의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 된 날짜는 4월 11일”이라며 “국민의당이 공개한 4월 17일 녹화 된 영상은 세월호가 인양 되고 난 이후다. 짜맞추기식 정치 공작을 펼치는데 무척 애를 썼다”고 반박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의 일방적인 말을 갖고 민감한 시기에 근거 없는 보도를 한 SBS 8시 뉴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서울 목동 SBS 본사를 방문해 “어떤 해수부 공무원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불확실한 진술을 기초해서 이 민감한 시기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문재인 후보와 우리당에 치명적인 음해를 하는 이런 기사를 함부로 낼 수 있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지난 3월10일 문 후보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찾아 ‘선체 인양을 위해 민주당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던 비공개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당 세월호특별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 차원에서 세월호 문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세월호특별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세월호 인양을 위해 논의해왔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세월호 인양 시기를 놓고 해양수산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식의 보도는 그야말로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해수부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SBS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전라남도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취재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해 허위보도와 관련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하이샐비지와의 인양계약은 성공 조건부 대금 지급 조건으로 이뤄졌다”며 “고의로 인양을 지연하면 그에 따른 손실을 인양업체가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족인 예은아빠 유경근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SBS 보도로 인해 세월호 인양 지연의 책임이 문재인 후보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자들이 있다. 심지어 적폐의 핵심세력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까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한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은 박근혜 일당이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먹는 건 경우가 아니”라고 말했다.